[새벽메아리] 귀농하실래요? - 전희식

전희식(농부·'똥꽃' 저자)

양희은의 '아침이슬'이 지금은 모든 민초들의 애창곡이 되어 있지만 한때는 금지곡이었다. 태양이 붉게 타 오른다는 가사 중 '태양'이 북한의 김일성을 가리킨다는 게 이유였다. 송창식의 '왜 불러'는 당시 장발단속 경찰관을 비아냥거리는 것이라 해서 사정없이 금지곡이 되어야 했다. 박정희 정권의 문화적 상상력에 혀를 내 두를 뿐이다.

 

이런 어처구니없는 일이 고작 삼십 몇 년 전의 일이다. 앞으로 삼십 몇 년 뒤에는 오늘 우리의 어떤 모습을 손가락질하며 어처구니없어 할까?

 

자신 있게 말 할 수 있는 것 하나가 있다.

 

지금의 화공농업이 그것이다. 어쩌면 농업이라 할 수도 없다. 공업의 영역으로 기울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형 농기계와 석유화학에너지, 농약과 제초제가 농사를 짓는다. 대부분의 농사는 먹으려고 짓는 게 아니라 팔려고 짓는다.

 

재화의 생산이 이윤만을 목적으로 할 때는 불신과 기만이 독버섯처럼 자란다. 농산물도 파는 것이 유일한 생산목적이 될 때 생명이 아니라 독이 된다. 지금의 화공농업은 땅심을 죽이고 식탁의 안정성을 해치며 자연생태계를 파괴하는 공공의 적이 된지 오래다.

 

우리나라는 환경지속성지수(이에스아이 ESI)의 농약과 화학비료 사용량 순위가 146개 국가 중 각각 4위와 9위다. 농경지의 양분수급은 소요량 대비 질소는 113%, 인산은 125%를 넘어서고 있다.

 

인민의 공공재를 망가뜨리면서 사적 이윤을 추구하는 경영형 농업과 기업농은 여전히 지자체들에 의해 환영받는다. 외형적인 농가소득증대와 개발과 발전이라는 미망에서 깨어나지 않고서는 농민 스스로에 의해 농업은 망할 것이라는 게 뜻 있는 사람들의 걱정이다.

 

민족농업과 식량자급을 외치는 농민단체들도 이런 지적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작년 1월, 순창군을 필두로 한 해 동안 도내 7개 군에서 귀농지원조례와 시행규칙을 만들어 귀농자 유치에 나섰다. 장수군과 무주군, 완주군 등이다. 크게 반가운 일이다. 무주군은 일찍이 '친환경농업 육성관리에 관한 조례'를 가지고 있어서 더 기대가 된다.

 

생태와 환경, 상생과 순환의 가치를 중히 여기고 성장과 개발이라는 미신에 더 이상 현혹되지 않는 삶을 살고자 하는 많은 귀농 희망자들을 끌어안기 위해서는 해당 지자체와 귀농업무 담당 공무원의 인식 전환이 요구 된다 하겠다. 생태환경농업의 가치를 제대로 아는 것이다.

 

귀농인 유치와 정착을 지원하는 별도의 부서와 인력을 배치하여, 기존업무에 시달리는 군청 직원이 귀농업무를 덤으로 여기지 않게 하는 것도 필요 할 것이며 원주민과 융화도 도모해야 할 과제다. 예산 확보는 필수라 하겠다. 전남의 강진군처럼 전국귀농운동본부 등의 전문기관과 업무협약을 맺어서 앞선 경험과 지혜를 빌려도 좋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단체장의 의지다. 조례 하나도 없이 몇 년 동안 지속적으로 귀농인 유치와 정착 지원활동을 하는 진안군이 그 예다. 전국에서 가장 모범적인 활동을 벌이는 진안군 귀농귀촌 활성화센터의 최태영 사무국장의 말은 그런 점에서 귀감이 될 듯싶다.

 

"사진이나 많이 찍고 업무실적의 통계수치에 마음이 기울어서는 안 되는 업무다. 돈 들고 시간 걸리고, 고생은 고생대로 하면서도 성과는 몇 년 지나야 날까 말까하는 게 이 업무다."

 

작년에 조례를 제정한 군 중 장수군 등 몇 군데는 조례와 시행규칙에 명문화 되어 있는 귀농자 지원 예산마저도 편성하지 못하고 결국 '문서지원'에 머물고 있는 현실과 대비된다 하겠다. 총 예산이 부족하고 예산편성의 우선순위에서 밀렸다는 변명은 어딘지 모르게 궁색하다.

 

/전희식(농부·'똥꽃'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