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같은 정서는 최근 일반건설협회 전북도회가 새만금 방수제 공사와 관련, 회원사를 대상으로 한 긴급 간담회에서 그대로 나타났다.
당시 간담회에 참석한 한 원로는 "20년전 새만금 방조제 공사에서 2%의 참여에 그쳤던 전철을 더 이상 밟아서는 안된다"면서 "그동안 지역업체들은 천덕꾸러기 신세를 면치 못했는데, 이번(방수제 공사)만은 지역의 목소리를 제대로 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렇지만 이는 현실이라는 높은 벽에 부딪혀 자칫 공허한 메아리가 될 우려가 높다.
먼저 1조9000억원에 달하는 새만금 방수제 공사(21개 공구)가 국제입찰(229억원)대상이기 때문이다. 이는 지역업체의 참여를 의무화시킬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결국 지역업체가 새만금 방수제 공사에 참여하기 위해서는 1군 업체와의 컨소시엄을 구성할 수 밖에 없다. 그러나 1군 업체들은 자신의 지분을 줄이면서까지 지역업체와의 컨소시엄 구성을 별로 달가워하지 않고 있다. 지역업체의 설자리가 더욱 좁아지는 이유이다.
현재 지역건설업계에서는 이번 새만금 방수제 공사에서 지역업체의 참여비율은 15%를 넘지 않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A건설 관계자는 "1군 업체들 사이에서는 암묵적으로 지역업체를 15% 이내에서 1∼2개 업체 정도 참여시키는 것으로 가닥을 잡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는 지역건설업계에서 요구하고 있는 30% 이상(최대 49%)과는 거리가 매우 멀다. 그러나 현재로서는 이를 막을 수 있는 방도는 없다. 오히려 지역업체들 사이에서는 1군 업체와의 컨소시엄 구성을 치열한 로비전을 전개하면서 지역업체 스스로 시공참여를 포기하는 등의 부작용 마저 우려되고 있다.
'안방공사'를 타지역 업체에 모두 내주면서도 조그마한 공사에 참가시켜 달라고 요청하고 있는 상황으로, 도내 건설업계가 얼마나 열악한가를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이같은 상황은 새만금 방수제 공사에서 지역업체 참여를 보장할 수 있는 장치가 마련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이에 지역건설업계는 새만금 방수제 공사의 분할발주와 지역업체 비율에 따른 가점부여 등을 강력 요구하고 있다.
도내 B건설 관계자는 "지역업체 참여확대는 발주기관인 농어촌공사가 얼마나 강한 의지를 갖고 있느냐에 따라 지역업체 참여비율이 달라진다"면서 "여타 시도처럼 전북도와 농어촌공사가 직접 나서 지역업체의 시공참여비율 확대를 강력하게 요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