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이 인생] 귀농 3년차 서철수 고창귀농귀촌협의회장

"성공에 대한 조급한 마음 버려야죠"…올해 복분자·벼농사로 소출 1억 기대

최근 경제사정이 악화되면서 귀농인구가 늘고 있다. 경제 한파로 일자리를 잃었거나 실직위기에 놓인 도시민들이 크게 늘어나는데다 '농촌에서도 열심히 일하면 살기 좋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서철수 고창귀농귀촌협의회장(49·고수면 독실마을)은 이같은 귀농현상에 앞선 지난 2007년초 양복을 벗고 낫을 든 농부로 변신한 3년차 귀농인이다.

 

"지금이 도시민들에게 농촌은 기회의 땅입니다. 인구 감소와 노령화 등으로 침체된 농촌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각 자치단체가 조례를 제정하는가 하면 귀농정착금을 지원하는 등 귀농인 유치에 힘을 쓰고 있기 때문에 어렵잖게 정착할 수 있기 때문이죠."

 

다람쥐 쳇바퀴 돌듯 미래가 없는 도시민의 삶보다 자연에서 여유를 찾고 풍족한 농촌의 삶이 낫다는 그도 '도시보다 농촌'이라는 단순한 진리를 알기까지 30년의 세월이 소모됐다.

 

숱한 세월만큼 그 사이에 새겨진 굴곡 또한 깊다. 중학교 졸업 후 상경한 그는 홀로서기에 나서 덤프트럭 28대를 가진 건설장비 임대업체 대표로 성공신화를 쓰기도 했다. 하지만 IMF 당시 공사대금으로 받았던 어음 10억원이 부도나면서 빚더미에 앉은데다 신용불량자로 전락했다.

 

"그때부터 귀농을 생각했어요. 2005년말까지 빚을 갚으면서 어떻게 농사를 지을까 고민도 하고 아이들도 시골로 내려보내 중·고교를 마치게 했습니다."

 

본격으로 귀농하기 전인 2006년 한해동안 농사 실습을 했다는 그도 처음부터 귀농에 성공한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섣부른 농작물 선택으로 쓴맛을 봐야 했다.

 

그가 처음 선택한 작물은 호박과 배. 호박을 3000평이나 심었지만 대부분을 저온창고에 보관하다 썩히는 바람에 3000만원 적자를 기록했고 배농사는 지난해까지도 이익을 전혀 보지 못했다.

 

"바로 성공해야 한다는 강박증과 조급증이 실패의 원인이었죠. 지난해 고창군이 운영하는 농촌개발대학을 다니고 주변 농업인들게 꾸준히 조언을 구한 결과 '농사는 성급해선 안된다'는 격언을 아로 새겼습니다."

 

초보 귀농인들에게는 농사정보 습득과 인적 네트워크 구축이 최우선 과제라고 소개한 그는 올해 복분자 3000평과 벼농사 3만평을 일굴 계획이다. 논은 주변 사람들과의 친분관계를 토대로 임대를 얻는 것이 대부분으로 그의 일년 농사 소출은 1억원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된다. 신용불량자에서 1억원대 농업CEO로 자리잡는 셈이다.

 

그는 고창을 비롯해 최근 자치단체가 다양한 귀농정책을 전개, 많은 도움을 받고 있지만 직접적인 지원을 받는 귀농인 입장에서는 아쉬운 부분도 없지 않다고 말했다. 실제로 자치단체가 지원하는 귀농정착금을 농어촌공사 농지은행과 연계, 농지를 3년간 임대해줄 경우 귀농인들이 전업농 자격을 갖출 수 있어 귀농인들이 정착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또 귀농정책자금 또한 담보가 없으면 지원받을 엄두조차 내지 못한다는 것.

 

귀농 1년 만에 마을주민들의 신임을 얻어 이장직까지 수행하고 있는 서씨는 "올해 마을의 숙원사업인 마을회관 신축에 힘을 쏟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