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근대사의 격동기를 살았던 채만식(1902∼1950).
누구보다도 한국 식민지 근대화 과정에 민감한 시선을 보냈고, 식민지 근대화 풍경과 역설적인 상황들을 풍부하고 객관적으로 묘사했으나, 식민지 말기 '친일'로 돌아서 채만식 문학 전체가 평가절하되는 분위기가 팽배했었다. 세상 사람들의 관심 바깥으로 떠밀려 간 그의 문학세계를 재조명하자는 공감대를 바탕으로 현재까지 활발히 연구되지 않았던 중·장편소설들에 관한 연구물을 묶은 총서가 출간됐다.
군산대 채만식연구센터(센터장 남기혁)의 「채만식 중·단편소설 연구」(소명출판)는 지난 2006년부터 2년간 손정수 계명대 교수, 김양선 한림대 강의교수, 류보선 군산대 교수, 차원현 경주대 교수, 공종구 군산대 교수, 한수영 동아대 조교수, 이경훈 연세대 부교수, 방민호 서울대 교수, 황국명 인제대 교수, 문학평론가 심진경 한형구씨의 연구 저작물들을 총망라한 책이다.
남기혁 채만식연구센터장은 "채만식의 고향이 군산 임피인 데다 친일 문제로 그의 문학세계 중 특히 중·장편소설에 관한 연구가 미진하다고 여겨 기획하게 됐다"며 "그의 문학을 총체적으로 읽어내고 분석해 살아있는 전사로 계승하고자 하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채만식의 대표작으로 일컬어지는「레이메이드의 인생」「탁류」「태평천하」 는 일제강점 시절 현실을 전면적으로 부정하는 데서 시작과 귀결을 보인 작품. 차원현 경주대 교수는 '부르주아 자유주의의 심연'을 통해 「태평천하」는 풍자의 대상이 되는 윤직원 혹은 부르주아 자유주의는 자기 파괴로 향하는 내적 분열을 드러낸 이미지로 풍자가 드러났다고 적었다.
일제 말기 자신의 흔들림을 자책하면서 당대의 혼란상과 부정적 현상을 날카롭게 반영해 적극적으로 자신의 의지를 드러낸 작품 「민족의 죄인」도 재조명됐다.
문학평론가 한형구씨는 '작가의 존재와 자기 처벌, 혹은 대속'을 통해 「맹순사」「미스터방」 등과 함께 「낙조」를 제외하면 더 많은 리얼리즘계 소설 문학의 진경을 이룩할 수도 있었지만, 자신의 처벌 의지로 인해 중·단편 소설에 머무는 성과에 머물렀다며 그는 민족의 운명, 민족사의 행방에 대해 염려하고 그 아픔의 역사를 기록하고자 하는 소명 의지에 충실했었다고 재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