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주로 자녀를 동반해 가족영화를 보는 데 그쳤던 중년층 관객이 스스로 보고 싶은 영화를 적극적으로 찾아 관람하고 있는 것이다.
25일까지 160만명을 동원하는 독립영화 흥행 대기록을 세운 '워낭소리'는 중년층 관객의 힘을 업고 달리고 있다. 예매 사이트 맥스무비에 따르면 이제까지 '워낭소리'를 예매한 관객의 24%가 40대 이상으로, 그동안 영화를 가장 열심히 보던 관객층인 20대의 31% 와는 불과 7% 포인트 차이가 났다.
서울 역삼동에 사는 주부 이모(58.여)씨는 "언론을 통해 '워낭소리'를 접하고 소에게 꼴을 베어 먹였던 어린 시절이 생각나 지난 주말 관람했다"며 "보고 싶은 영화가 생기면 남편과 함께 꾸준히 극장을 찾는다"고 말했다.
노년의 부부가 배우자를 떠나보낼 준비를 하는 과정, 자녀와의 어색한 관계 등을 그린 드라마 '사랑 후에 남겨진 것들'(감독 도리스 되리)은 40∼50대 관객들의 힘으로 평일 관객 수를 끌어올려 나가고 있다. 처음 개봉했던 지난주 목, 금요일보다 이번 주 월, 화요일 관객 수가 극장별로 30∼50% 많아진 것.
영화사 진진은 "씨네코드 선재에서 금주 들어 조조 상영에만 매일 50명 이상의 중년 관객들이 삼삼오오 극장을 찾고 있어 놀랐다"며 "특히 CGV 압구정에서는 지난주 평일보다 이번 주 평일에 관객 수가 2배 이상 늘었다"고 말했다.
지난해 뮤지컬 영화 '맘마미아!'와 에로틱 사극 '미인도', 올 초 '쌍화점' 흥행의 뒤에도 중년 관객이 있었다.
폭넓은 관객층을 자랑하는 드라마 장르나 사극 영화들이 잇따라 알찬 성공을 거둔 데 반해 최근 젊은 관객의 입맛에 맞게 제작돼 개봉한 '달콤한 거짓말', '키친', '유감스러운 도시' 등이 잇따라 흥행에 참패했고 '마린보이', '작전' 등 스릴러들은 손익분기점을 넘기기에도 급급한 상황이다.
씨네큐브 광화문을 운영하는 영화사 백두대간의 전지영 과장은 "우리 극장의 중요한 관객층도 30∼40대 여성들이고 주부나 전문직종이 많다"며 "사회 전반적으로 중년층 사이에서 적극적으로 문화생활을 향유하려는 경향이 늘어났는데 다른 취미거리를 찾기 힘들어 극장으로 몰리는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