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상해 사고'에 대한 명확한 개념이 없는 마당에 형사처벌로 이어질 수 있는애매한 인피사고는 판단기준이 나올 때까지 일단 사건처리를 유보하자는 분위기다.
27일 서울지역 일선 경찰서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서울 동부간선도로에서 발생한 4중 추돌사고를 맡은 서울 중랑경찰서 담당 조사관은 26일 헌재 결정이 나온 뒤로 검찰 송치 등 이 사건의 처리를 잠정 유보하기로 했다.
1t 포터차량 운전자가 잠시 졸다 앞차를 들이받아 연쇄 추돌로 이어진 경우로이전 같으면 보험처리와 함께 범칙금에 공소권 없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하면 됐지만 피해자가 3주 상해를 입은 탓에 중상해 사고로 볼만한 여지가 있기 때문.담당 조사관은 "지난달 말에 발생한 사건이지만 가해자가 다리가 부러진 탓에진술을 못 받아 사건처리가 진행 중이었다.
(중상해) 기준이 없어 조금이라도 기소될 개연성이 있는 인피 사건처리는 모두 유보하려 한다"고 말했다.
이 경찰서에서는 최근 운전미숙으로 노파를 들이받아 양쪽 팔다리가 골절되는 12주 상해를 낸 운전자에 대해서도 형사 입건은 했지만 검찰 송치를 보류했다.
이 사건도 마찬가지로 운전자 종합보험으로 피해를 보상하고 범칙금만 부과하면될 일이었지만 피해 정도가 중상해로 볼 만한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같이 인피 사건처리가 정지된 것에 더해 업무처리에 대한 혼선도 이어져 사건처리를 담당하는 경찰관들은 중상해라는 모호한 개념에 골머리를 앓기도 했다.
서울 강남지역 한 경찰서의 교통사고 조사계에서는 이날 직원끼리 부상자가 있는 인피사고 처리를 놓고 고심을 거듭하다 관련 서류를 덮어버렸다.
한 경찰관은 "(위에서) 송치하지 말라고 하는 데 일단 기다려봐야하지 않겠나"라고 했고, 다른 경찰관은 "검찰이 하루 속히 중상해 개념을 명확히 했으면 한다.
혼란스러워도 지금 별 수가 없다"고 볼멘소리를 했다.
서울 동부지역 한 경찰서에서는 이날부터 당장 인피사고 처리과정이 혼란스러워지자 모든 교통사고조사 담당 경찰관들에게 중상자 발생 등 인피사고 현황을 급히파악하도록 지시하는 등 애써 혼선을 가라앉히려는 모습도 보였다.
반면 일부 경찰관들은 하루아침에 바뀐 사건처리방식에 혼란스러워하면서도 전체 교통사고 중 중상해 관련 사고가 많지 않은 점을 들어 이 같은 업무혼선은 중상해에 명확한 기준이 나오는대로 쉽사리 정리될 것으로 내다봤다.
한 교통사고 담당 조사관은 "중상해 사건은 50건에 하나 있을까 말까하기 때문에 실제 업무량에서 별다른 차이를 보이지 않을 것이다.
헌재의 결정은 피해자를 불구로 만들어놓고도 처벌받지 않은 경우를 바로 고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경찰관은 "서울시내에서 연간 발생하는 교통사고를 볼 때 중상해 사고는 100여건에 불과하다.
현재 중상해 기준이 명확하지 않지만 일단 지침이 마련되면 그에 따라 처리하면 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