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목대] 한국판(版) '쿨런닝' - 박인환

1993년 개봉된 영화 '쿨런닝(Cool Runnings)'은 1988년 캐나다 캘거리 동계올림픽에 출전한 자메이카 봅슬레이팀의 실화를 바탕으로 제작된 영화다. 서인도제도에 위치해 있어 겨울이 없기 때문에 봅슬레이 경기 자체가 불가능한 자메이카 선수들이 동계올림픽에 도전하는 과정을 그려 전세계 영화팬들에 깊은 감동을 주었다.

 

'한국판(版) 쿨런닝'으로 불리는 스키점프 대표팀이 지난달 28일 폐막한 중국 하얼빈 동계유니버시아드대회에서 금메달 2개와 은·동메달 1개씩을 따내고 그제 금의환향했다. 지난 2003년 이탈리아에서 열린 같은 대회에서 금메달 2개를 획득해 기적을 연출한 이후 6년만의 쾌거이다.

 

이번 대회에 출전한 김현기(26), 최흥칠(28), 최용직(27), 강철구(22)선수 중 김현기선수만 제외하고 모두 무주 출신이다. 국가대표 감독인 김흥수감독(29)도 무주 출신이다. 김현기선수는 강원 출신이지만 스키를 익히려고 무주 설천중에 입학했다가 다시 대관령종고로 옮겼다. 이들은 1996년 무주 동계 U대회를 치르면서 스키점프대가 설치된 후 설천초·중·고에서 국내 유일의 스키점프팀을 운영하면서 배출한 선수들이다.

 

한국 대표팀이 이번에 거둔 역대 최고의 성적은 국내 스키점프의 열악한 현실에 비교하면 '기적'이라는 표현이 결코 지나치지 않다. 현재 등록 선수는 모두 11명. 하지만 대표급 4명을 제외하면 국제대회에 나갈만한 기량을 갖춘 선수는 거의 없다. 스키점프 강국 독일은 등록선수만 1만명이 넘고, 인접 일본도 1천명이상 된다.

 

훈련시설은 더욱 열악하다. 비용문제로 인공눈은 생각도 못한다. 여름이면 물을 뿌릴 시설이 없어 이슬이 증발하기전 연습을 위해 새벽 4시에 훈련을 시작한다. 기업체등의 지원도 거의 없다. 훈련비 마련을 위해 막노동판을 전전하기도 했다. 자메이카 봅슬레이 대표팀이 떠오르는 현실이다.

 

마침 국내 스키점프 선수들의 아야기를 다룬 영화 '국가대표'가 이번 대회 좋은 성적과 겹쳐 관심을 끌고 있다. 지난해 부터 제작되고 있는 이 영화에는 실제 대표선수들이 참여하고 있다. 비인기 종목이라는 서러움과 무관심을 딛고 무한한 도전을 펼치는 스키점프 선수들의 실화가 또 하나의 '우생순'으로 국내 팬들의 사랑을 받아 스키점프 발전의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

 

/박인환 본보 주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