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이런 저런 정치적 접근을 떠나, 어쨌든 현실적으로 미국은 한국에게 매우 중요한 나라다. 정치 외교적으로는 물론 경제적으로 더욱 그렇다. 미국에 대한 수출이 감소하면 우리 경제는 심각한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는 수출입 구조가 그 중심에 있다.
글로벌 경제는 대외 의존도가 그만큼 높아졌다는 증거다.
최근 도내 양대 자동차 메이커인 현대와 GM대우의 수출이 둔화하면서 전라북도 수출이 50% 이상 급감했다는 사실은 가장 피부와 와 닿는 증거 가운데 하나다.
그동안 한국이, 또 전북이 수출구조 다변화를 추구해 왔음에도 불구, 근래 우리가 수출시장으로 개척해 온 유럽은 물론 동유럽 등도 늪에 빠져 허우적 거리는 상황이니, 요즘 경제위기는 10년 전 IMF상황과 비견할 수 없는 심각한 지경이다.
이처럼 경제 상황이 어려워지면서 일자리가 우리사회 최대 화두가 됐다. 결국 세계 경제의 거대한 톱니바퀴에 낀 이물질들이 제거돼야 해결될 문제이지만, 정부 당국자, 경제 전문가 등의 예측처럼 연말이 될 것인지 내년 한 해 더 견뎌야 할 지, 아니면 더 길어질 것인지는 알 수 없는 노릇이다.
결국 우리가 더 큰 성장을 위해 추구해 온 '글로벌 경제''세계화'속에서 우리의 의지는 그 만큼 제한적이 된 셈이다.
최근 정부는 공공기관 초임 봉급을 낮추고, 기업은 인력 퇴출 대신 임금을 깎아 일자리를 나누고, 자치단체는 일자리 예산을 조금이라도 더 늘리는 등 세계 경제가 살아날 때까지 버티자며 묘책들을 내놓고 있다.
지난 주 전주시가 관내 노인 700여명이 모인 가운데 7300여개의 일자리를 만들어 제공하겠다고 약속한 것도 그런 정책들 가운데 하나다. 현장에서 만난 노인 A씨는 "올해는 어떤 일이 주어질 지 아직 알 수 없지만 쓰레기 줍기 등이 대부분이다. 일주일에 3일 정도 일하는데 20만원 정도 받았다"며 "그런데 요즘은 어찌나 많은 사람들이 몰려드는지…"
청년 일자리는 훨씬 더 큰 문제다. 오죽하면 대학 졸업을 미룰까. 전북대의 한 교수는 "올해 9년만에 대학을 졸업한 한 학생의 경우 실력을 키워 삼성그룹에 합격했다"며 "아무리 경제가 어렵다고 하지만 꾸준히 노력해 실력을 갖추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시점에서 우리 모두 생각해 볼 것이 있다. 바로 3D업종 기피에 대한 것이다. 지금 이 순간도 많은 청년, 실업자 등은 3D업종만은 피하고 있다. 이처럼 지난 20년 이상 대한민국 청년들이 3D업종을 피하면서 외국인 근로자들이 국내 3D업종에 대거 진출했다.
직업에는 귀천이 없다. 모든 직업이 한 나라를 나아가 세계 경제의 소중한 톱니바퀴를 형성하고 있기 때문이다. 어느 직종, 어느 일자리에서나 전문가가 된다면 일자리에 대한 두려움도 해소되지 않을까.
/김재호(사회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