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
도쿄 하늘에 윤동주의 '서시'가 울려 퍼졌다. 지난달 13~15일, 윤동주 옥사 64주기를 맞아 일본 국립교육대학인 도쿄 가쿠게이대학에서 추모 전야제를, 릿쿄대학에서 추모제를 열었다.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괴로워할 만큼 깨끗하게 살고자 했던 그의 뜻을 기리고, 억울한 죽음을 당한 짧은 생을 애도하고자 일본의 지식인층과 일반 시민·재일 동포들이 주축이 돼 마련한 자리다.'저항시인''민족시인''항일시인'이라 불리는 윤동주(1917~1945)는 도쿄 유학시절 조선의 독립을 위해 송명규와 함께 독립의식을 고취시키고, 조선인 학생들에게 민족의식을 유발하는데 전념하고, 조선인 징병제도를 비판했다는 이유로 1943년 7월 14일 일본 경찰에 의해 체포돼 1945년 2월 16일, 27세의 젊은 나이로 옥사했다. 이번 행사를 위해 윤동주문학사상선양회 대표이자 계간「서시」발행인 박영우씨, 문학평론가 임헌영 민족문제연구소장, 유안진 시인, 문학평론가 유성호씨, 아동문학가 박예분씨, 윤동주문학사상선양회 LA 지부장 이성호씨, 윤동주 생가보존회 홍보팀장 이우대씨가 참여했다.
지난 13일 도쿄 가쿠게이 대학에서 열린 추모 전야제는 윤동주문학사상선양회 일본지부장 이성사씨의 후원과 가쿠게이대학 교수이자 선양회 동경지부장인 이수경씨에 의해 진행됐다. 도쿄 가쿠게이 대학 총장인 와시야마 야스히코씨는 "불행했던 근대사 청산을 어떻게 할 것인지 시대적 과제를 제시하고, 한반도와 일본의 2억의 지혜를 결집하여 평화적 공생에의 필요성을 논하는 장으로 거듭날 것"이라고 말했다.
이수경 교수는 "윤동주의 평화관과 자연관, 그가 고뇌했던 삶에 대해 공감하고, 동아시아의 무력지배적 근대사의 상징적인 시인이기에 국제인권교육론을 맡고 있는 입장에서 이번 추모행사를 적극적으로 추진했다"고 말했다.
지난 15일 도쿄 릿쿄대학에선 류시경 신부의 추도 기도를 시작으로 1부는 윤동주의 시'십자가''서시''눈 오는 지도''자화상'와 동시 '참새''거짓부리''오줌싸개 지도' 등을 낭독했다. 2부는 오오무라 마스오 와세다대학 명예교수가 '윤동주 시혼의 원형을 찾아서'주제 강연을 했다. 그는 1985년 연변 체재 중에 윤동주의 묘를 옛 동산교회 묘지 안에서 발견한 장본인. 1999년 한국에서 발행된 「사진판 윤동주 자필시고 전집」 공저자로 윤동주에 관한 연구에 힘을 기울였다. 이후 기도실을 가득 메운 참여자 전원이 일어서서 '아리랑'을 불렀다. 월간 현대문학에 윤동주 생애 최후의 사진을 발굴 공개하고 그에 대한 해설을 붙였던 야나기하라 야스코씨는 "윤동주의 묘를 다녀온 후 줄곧 그의 안타까운 죽음에 마음이 아팠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그 사진은 윤동주가 귀국을 결정한 후, 도시샤대학 영문학 전공 일학년이 모두 모여 교토 우지 강변에서 송별회를 기념하며 찍은 사진이다. 하지만 끝내 윤동주는 살아서 고향땅을 밟지 못했다.
윤동주문학사상선양회는 윤동주상을 수여하고, 미국·일본·중국·호주 등 활발한 윤동주 선양사업을 세계적으로 전개하고 있다. 박영우 윤동주문학사상선양회 대표는 "윤동주 사상을 널리 알리기 위해 사단법인 한민족문화재단을 설립하고, 윤동주문학사상 선양사업과 함께 중국·러시아·고려인들의 민족 얼을 기리는 사업을 전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올해는 2·8독립선언과 3·1운동 발발 90주년이고, 한일병탄(庚戌國恥) 99년이 되는 해다. 윤동주 추모제를 통해 그가 그토록 갈구했던 진정한 사랑과 평화, 자유로운 세상을 위해 인권을 존중하고 나라간 서로 협력해 전쟁 없는 세상을 만들어가는 길이 그의 뜻을 기리는 것이리라.
/박예분(여성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