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지방선거와 정당 공천제 폐지론 - 이병채

이병채(남원문화원장)

 

지방선거를 1년여 남겨놓고 기초 자치단체의 정당 공천제 폐지론이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전국 이장, 군수, 구청장 협의회와 전국 시·군 자치구의회의장 협의회로 꾸려진 '기초지방선거 정당공천 폐지를 위한 범국민 운동본부 추진위원회'는 최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1,000만명 서명운동을 선언했다. 시장, 군수, 구청장 협의회는 지난해부터 정당 공천제 폐지를 위한 특별위원회를 구성한데 이어 본격적인 행보에 나섰다.

 

정당공천제 폐지 주장의 핵심은 공천이 곧 당선이라는 등식이 강한 한국정치구조 속에서 지방자치는 중앙정치의 입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더욱 이를 예속화 한다는 것이다. 기초의원까지 정당공천이 확대 시행된 지난 2006. 5. 31 지방선거 당시 공천비리 사건이 급증한 것도 문제점으로 꼽힌다.

 

특히 정당 공천제가 집행부를 견제하는 지방의회기능을 가로막는다는 목소리도 높다. 중앙당이나 현역국회의원이 공천권을 강력하게 행사하는 정당구조에서 보면 정당공천제가 풀뿌리, 생활정치와 연계되지 못하고 있다며 자치단체사업은 국회의원 공약 세부실행과 밀접한데 같은 당기초 의원이 이를 문제 제기할 수 있겠느냐는 지적이다.

 

이와 관련 국회 지방자치 발전연구회가 지난해 12월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기초단체장, 기초의원 10명 중 7명은 기초단체장 공천폐지에 찬성했다고 한다. 이 조사에는 기초단체장과 지방의원 3,851명중 2,176명이 응답했으며 73.9%가 공천폐지를 원했다. 또 지방의원 정당공천에 대해서는 광역은 유지, 기초는 폐지 해야 한다는 응답이 47.2%로 모두 폐지해야 한다는 쪽(32.0%)보다 높았다고 한다.

 

그러나 대의 민주주의 하에 정당정치를 구현하기 위한 정당공천제를 어떻게 운용하느냐가 문제인데 폐지하는 것이 옳지 않다는 반론도 만만찮다. 폐지보다 공천과정의 투명화, 상향식 공천 등 정당 민주화가 먼저라는 것이다.

 

일부 여론에 따르면 정당 민주화로 정면돌파 해야지 현실적인 병폐 때문에 '정당 공천을 폐지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옳은지 생각해 봐야한다'며 지방의회 지방의원의 문제를 지나치게 정당 공천으로 몰아붙이는 것도 문제이다.

 

한편 추진위는 기초지방선거 정당 공천제 폐지를 위해 오는 6월을 공직선거법 개정시한으로 정하고 권역별 국민운동본부 발족 2010 지식인 전국선언 1,000만명 국민 서명운동 등을 벌여 나갈 계획이라고 한다.

 

지금까지 기초지방선거 정당공천 문제가 제기될 때마다 개정 목소리는 있으나 실현되지는 않았다. 이와 관련 민주당 소속 모의원은 지난해 9월 기초지방선거 정당공천제 폐지를 주장,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발의하기도 했지만 정치권의 속을 들여다보면 아리송하다. 지난해 3월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 총선을 앞두고 정당 정책을 비교한 자료를 보면 기초 지방선거 정당공천제 폐지에 대해 자유선진당과 창조한국당 만은 찬성했다. 그러나 당원이 후보자를 뽑는 완전한 상향식 공천을 하는 민주 노동당은 정당정치 활성화에 역행한다며 분명히 반대했다. 그러나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뚜렷한 답이 아닌 중립을 표했다.

 

그러나 특정지역 공천이 곧 당선이라는 한국적 특수성 때문에 특히 기초단체장을 비롯 지방의회 의원만은 공천제가 폐지 돼야한다. 문제는 정당 공천이 지방의회의 제기능을 가로막는다는 것이다. 때문에 기초단체장을 비롯 지방의회의원 정당공천제 폐지 논란은 앞으로 거세질 수밖에 없다. 정당 공천제에 대한 불신은 정치와 정당불신과 맥을 같이 한다.

 

이 같은 문제를 푸는게 핵심이다. 특히 주민의 정당활동 참여도가 낮은 점이다. 국민이 정치적 이해에 맞게 정당활동을 하면서 참여와 감시를 하는 환경을 다져져야 한다는 것이다.

 

/이병채(남원문화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