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 백가쟁명] 6·25 전후 양민학살사건의 진실규명과 명예회복 - 윤승호

윤승호(전 도의원)

6.25전후 지리산주변 집단학살사건에 대한 진실화해위원회 보고와 함께 희생자 명예회복 운동이 얼어붙은 요즘세상에 따뜻한 봄기운처럼 다가서고 있다.

 

필자가 지난 1991년 6.25특집기사로 지리산 주변 양민학살사건에 대한 기록과 증언을 통한 연재기사를 취재했던 기억이 까마득한데...

 

지난해 연말과 신년 초 진실, 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위원장 안병욱)가 6.25전후 지리산 주변에서 자행되었던 주민 집단학살사건에 대한 보고서를 잇따라 발표함으로써 지난 60년간 암울하게 뭍혀있던 사건들의 진실이 밝혀지고 있다.

 

진실화해위에 따르면 "보고서의 자세한 내용이 대통령과 입법부에 보고후 금년 상반기에 구체적 내용이 발표될 것이다." 라고 밝히고 있다.

 

만시지탄에도 불구하고 이제라도 60년의 시공간을 뛰어넘어 진실이 밝혀지고 과거와 현재가 소통하며, 화해하고 또다시 하나 되는 길이 열린 것에 대해 남다른 감회를 느낀다.

 

취재당시를 다시 정리해보면, 지리산주변 집단학살사건은 6.25전 1948년 10월께 여순반란사건 잔당들을 진압하는 과정에서 빚어진 집단학살과, 6.25직후 패잔병과 소위 지역 빨치산들을 소탕하는 과정에서 자행된 집단학살사건으로 나누어 설명되고 있다.

 

여순사건은 1948년 10월께 여수지방에 주둔했던 제 14연대 소속 군인들이 반란을 일으킨 사건이다.

 

정부군의 진압작전이 진행되자 반란군은 지리산 등지로 들어가 유격활동을 전개하게 되고 이들을 토벌하는 과정에서 인근지역 많은 민간인들이 희생된 것이다.

 

진실 화해위는 당시 희생자를 2000여명으로 추정하고 있는데, 남원시 주천면 고촌 마을 양민 40여명이 사살되고 300여채의 민가 주택이 방화된 사건등도 당시의 대표적인 사건 중 하나다.

 

또한 6.25 직후 지리산 주변과 순창군 쌍치면, 고창군 등에서도 많은 집단학살 사건이 자행 되었는데 남원시 대강면 강석마을 사건은 한날 90여명의 마을 주민이 학살된 대표적인 양민 학살 사건인 것이다.

 

남원 대강면 강석 마을 사건은 패퇴하던 인민군 잔당이 마을에 들어와 숙식을 요구하자 이에 응한 주민들을 토벌군들이 집단으로 학살한 사건이다.

 

"이들 민간 희생자는 반군과 빨치산에 가담했거나, 가담했다는 무고와 모략, 또는 이들에게 숙식을 제공했거나 단지 작전 지역에 거주한다는 이유등으로 토벌에 나선 군.경에 의해 사살 됐다"고 진실 화해위가 밝힌 것이다.

 

진실 화해위는 또 "사건관련자를 체포해 조사하는 과정에서 무차별적인 연행, 불법적인 취조,고문이 자행된 사실"도 밝히고 있다.

 

이와함께 진실화해위는 "민간인 희생은 현지 토벌작전 지휘관의 명령으로 이뤄졌지만, 최종적인 지휘명령 책임은 당시 국방부와 이승만대통령, 그리고 국가에 귀속된다"며 국가의 사과와 위령사업 지원을 권고한 것이다.

 

이제 국가제도권인 진실 화해위가 진상을 밝힌 이상 더 이상의 문제 제기와 비판, 그리고 무응답으로 일관해 오던 사회 구성원 모두가 과거와 현재가 소통하는 화해와 화합으로 새로운 미래를 펼쳐나가야 하지 않을까 한다.

 

60년만에 밝힌 진실과 역사 속에서 현실을 살아가는 우리는 어지럽게 펼쳐 놓았던 과거를 이제 가지런히 정리 정돈 함으로써 미래의 귀감이 될 수 있는 역사를 만들어야하는 책임이 있는 것이다.

 

우리는 이제 무엇을 해야 할까? 구체적인 화해와 화합의 실체는 무엇일까?

 

우선 희생자 유가족과 관련자들도 진실 화해위의 보고서 내용을 이유 없이 받아들이고, 한편으론 제도권 위정자들이 앞장서 화답하는 모습을 보일 때 구체화 될 수 있을 것이다.

 

진실화해위가 제시한 국가 사과 권고에 대한 구체적인 실천 요강이 하루 속히 마련되어 억울하게 희생된 자들의 불명예와 법적 사회적 현실 속에서 정신적 고통을 감내해 왔던 유가족들이 뒤늦게나마 명예회복과 피해 보상의 길이 열림으로써 진실,화해,그리고 정당한 역사가 기록 되기를 염원한다.

 

과거없는 현재가 없고 현재 없는 미래도 없다, 후손에게 물려주어야 할 진실된 역사가 만시지탄에도 불구하고 신년초 훈훈한 화합의 단초가 되었으면 한다.

 

/윤승호(전 도의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