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운동의 불모지나 다름 없던 전북에서 민주노조운동이 출현한 지 20여년이 흘렀지만, 지역노동운동은 사회·학술적 관심으로부터 배제된 채 방치돼 왔습니다. 지역노동운동의 형성과정을 밝혀줄 귀중한 현장 자료와 자원이 소실될 위험에 처했단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시작했습니다."
산업화의 지연으로 노동운동은 지체됐지만, 민주성·자주성·연대성을 띈 한국민주노조운동과 맥을 함께 한 전북 노동운동의 특성과 흐름을 한눈에 아우른 책이 출간됐다. 「전북지역 노동운동의 역사 다시 쓰기」(한울아카데미), 「전북지역 민주노조운동과 노동자의 일상」(한울아카데미), 「전북지역 민주노조운동의 전환과 모색」(한울아카데미).
전북지역 노동운동사 연구팀은 전북지역 노동운동사를 크게 세 시기로 구분했다. 1978∼1986년까지 전북 민주노조운동의 태동기, 1987년 노동자 대투쟁부터 전북노련이 해체되고 민주노총이 건설되는 1996년까지의 대중적 확산기, 1997년 이후 신자유주의적 재편기다.
그리고 이를 두 단계로 나눠 1980년대 지역 노동계급의 형성과정을 미시적 수준에서 밝히고, 1990년대 지역사회의 신자유주의적 재편과정의 지역노동운동이 처한 상황을 분석해 지역노동운동의 대응전략을 검토했다.
남춘호 전북대 교수와 이성호 전북대 쌀·삶·문명 연구원의 「전북지역 노동운동의 역사 다시 쓰기」(한울아카데미)엔 40여명 지역노동운동가 중 8명의 20여년 전 기억을 심층면접을 통해 기여도나 중요도가 아닌 현장의 역사를 복원해냈다. 지역노동운동은 학술적 관심에서 배제된 사각지대에 있었기 때문에 문헌자료는 거의 전무해
어려움이 많았다. 1980년대 초반 노동야학과 민주노조운동의 출발점이었던 태창 메리야스 투쟁의 기억, 1987년 이전 후레아훼숀 노조 투쟁, 백양메리야스 투쟁 등 떠올리기 싫었을 법한 이야기가 스스럼없이 담겼다.
'신제품이 나오면 그거에 대해서 작업을 할려면 물어봐야 되거든요. 그러면 그걸 물어보면 물어본다는 트집으로 고참 언니들이 해고를 많이 당했어요. 항상! 인상철이 되고 상여금철이 되면 해고를 많이 당하고 (…) 관리자들이, 이 욕설이, 폭언이 진짜 말도 못해요.' (「전북지역 노동운동의 역사 다시 쓰기」 p 21∼22)
「전북지역 민주노조운동과 노동자의 일상」(한울아카데미)엔 노중기 한신대 교수의 '1980년대 민주노조 형성에 관한 연구' 남춘호 전북대 교수의 '87 노동체제하 전북지역의 민주노동운동' 이성호 전북대 쌀·삶·문명 연구원의 '1980년대 전북지역 노동운동의 성장과 분화' '신빈곤층 사회적 네트워크의 해체와 대응 전략' 진양명숙 전북대 다문화연구소 연구원의 '여성노동운동에 나타난 계급과 젠더' 등 5편의 연구논문이 담겼다.
남 교수는 자신의 논문을 통해 전북민주노조연합회(전북노련)의 노선갈등이 극복된 후 전노협 시기에 지역노동운동이 위기에 당면한 것은 자본과 국가권력의 압도적 우위 속에서 탄압이 가중됐기 때문이라며 전북노련은 민주노조운동의 중심으로 위상을 유지하면서 비제조업과 대기업 노조운동과의 연대를 조직해나갔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고 적었다.
이 전북대 쌀·삶·문명 연구원은 빈곤층이 자신의 빈곤상황을 대처하기 위해 사회적 네트워크를 형성했으나 이것이 해체되면서 빈곤이 개별화되고 고착화되는 양상을 띄었고, 일터를 중심으로 새로운 네트워크를 형성하려는 시도가 이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북지역 민주노조운동의 전환과 모색」(한울아카데미)엔 김재훈 강원대 교수의'전북지역의 노사관계 가치지향' 김명아 전북 노동운동사 연구팀 전임연구원의 '노동운동의 인터넷 활용과 정보화' 주종섭 여수 일과복지연대 소장의 '플랜트 건설 노동운동에 관한 연구' 이성호 전북대 쌀·삶·문명 연구원의 '노동운동의 위기와 지역노동운동의 대응전략' 고 조문익 전 민주노총 전북본부 부본부장의 '전북지역 민주노조운동 연구'가 담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