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병원 이송 권했으면 119 책임無"

119구급대가 응급처치를 한 뒤 병원으로 옮기라고 권유했는데도 환자 가족이 이를 거부했다면 나중에 상태가 악화됐더라도 구급대에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34부(홍기태 부장판사)는 9일 A 씨 부부가 119구급대를운영하는 서울시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 소송에서 원고패소 판결했다고 밝혔다.

 

2006년 4월 회사 회식에서 술을 마시고 취한 A 씨는 자기 집 계단을 오르다 넘어져 뒷머리를 다쳤다.

 

신고를 받고 현장에 출동한 구급대원들은 지혈을 하는 등 응급치료를 하고 A 씨아내에게 병원으로 옮겨 검사를 받으라고 권했다.

 

하지만 A 씨 아내는 남편이 평소에도 술을 많이 마시는 편이라 일단 집으로 옮겨 상태를 보겠다고 했고 구급대원들은 A 씨를 방에 눕혀주고는 돌아갔다.

 

그런데 다음 날 아침까지 A 씨는 깨어나지 않았고 그제야 병원으로 옮겼지만 뇌출혈 진단이 나왔다.

 

A 씨는 큰 수술을 받고 지금도 혼수상태로 병상에 누워 있다.

 

그러자 A 씨 아내는 자신과 남편 이름으로 "구급대원들은 뇌출혈을 입었을 가능성을 설명할 의무가 있고 적극적으로 병원으로 이송을 권유할 의무가 있었는데 그렇게 하지 않았다"며 3억8천만원을 요구하는 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대원들은 현장에서 A 씨의 외상을 치료하고 병원으로 옮겨 검진받을것을 권했다.

 

그들이 뇌출혈 환자 증상에 대한 전문적 지식까지 갖출 수 없다"고 판시했다.

 

또한 "A 씨는 머리 출혈 외에 다른 외상 없이 술에 취한 상태로 현관 앞에 누워있는 상태여서 높은 계단에서 떨어져 머리에 큰 충격을 받았을 것을 손쉽게 예상하기도 어려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