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窓] 정치가 도대체 뭐길래 - 홍동기

홍동기(편집부국장)

16대 대통령직에서 물러나 고향마을인 경남 김해 봉하마을로 낙향한 노무현 전대통령이 퇴임 1년이 갓 지난 이달 초순 자신의 홈페이지에 '정치하지 마라'라는 제목의 글을 올려 세인들의 이목을 다시 끌었다.

 

노 전대통령은 이 글에서 "요즈음 사람들을 만나면 진담으로 정치하지 마라고 자주 말한다"면서 "얻을수 있는 것에 비해 잃어야 하는 것이 크기 때문이다"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정치를 하는 목적이 권세나 명성을 좇아서 하는 것이라면 , 그래도 어느 정도 성공할수 있을 것"이라면서 "그래도 성공을 위해 쏟아야 하는 노력과 감수해야 하는 부담을 생각하면 권세와 명성은 실속이 없고 그나마 너무 짧다"고 말했다.

 

이어"정치인은 거짓말, 정치자금,사생활 검증, 고독과 가난의 수렁 등을 거쳐야 한다"며"나는 지옥같은 터널을 겨우 지나왔지만 남은 사람들의 처지를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전직 대통령의 이 글은 최고의 권력을 누려본 사람의 호사스런 넋두리로 치부될수도 있지만 정치 무상(無常)을 다시 확인시켜주고 한국 정치가 달라져야 한다는 메시지를 내포하고 있다.

 

정치 무상은 선현들에 의해 누차 설파돼왔고 정치인들의 뒤안길에서도 어렵지 않게 확인된다.

 

국가 지원금에 의존해 근근이 노년을 보내는 전직 국회의원들이 적지 않고 그들의 모임인 헌정회에서 무료 식권을 받아가는 회원이 하루 70∼80명이 되는가 하면 한평 남짓 컨테이너에서 생활하는 경우도 있는 현실이 그렇다.

 

한때 3김(金)이후 정계의 선두주자로 꼽혔던 5선의 박찬종 전 국회의원이 재작년 15년전 선거빚을 못갚아 철창신세까지 지게 되자 여의도 정가에선'정치 무상 인생유전'이란 얘기가 돌기도 했다.

 

이럼에도 정치선거판엔 입지자들이 불구덩이를 향해 불나방들이 날아드는 것처럼 너도나도 뛰어들고 있어 정치무상이란 말이 무색하다.

 

전북 정치 1번지인 전주지역에선 국회의원 3명중 2명이 지난 연말과 올초 불명예스럽게도 선거법위반죄로 의원직을 상실, 오는 4월 29일 완산갑과 덕진 등 2개 선거구에서 재선거가 치러진다.

 

이런 가운데 선관위에 등록한 예비후보가 20명에 육박, 그야말로 우후죽순격이다.

 

정치가 도대체 뭐길래 이같이 후보들이 난립양상을 빚을까라는 우문(愚問)을 던져보게 된다.

 

정치인이란 모름지기 자신을 위해서가 아니라 남을 위해 무엇인가 하겠다고 나선 이타주의자이어야 한다.

 

과연 이번 재선거 예비후보들중에 금배지에만 집착하지 않고 진정 국민과 유권자에게 봉사하고 섬기려는 소명의식을 가진자가 얼마나 될까.

 

선거철에만 나타나는 철새·비리 정치인들도 적지않아 지역정치가 실종되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높은게 사실이다.

 

유감스럽게도 우리 정치에는 승자가 되면 최고로 대접받는 문화만 있을뿐 어떻게 승자가 되어야 하는지 그 품위와 자격을 따지는 문화가 없었기에 백년하청(百年河淸)처럼 늘 후진정치였고, 냉소대상이었다.

 

앞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은 후보를 뽑아 자존심에 큰 상처를 입은 전주시민들이 이번 재선거에서 어떤 선택을 해야 할지 분명해진다.

 

/홍동기(편집부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