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년간 여성들이 남성에 비해 4배 이상 직장을 잃었다. 여성인권이 오히려 퇴행하고 있다. 유엔개발계획(UNDP)이 전 세계 100여개국을 대상으로 조사해 발표한 2008년 여성권한척도(GEM) 지수에서 우리나라는 0.54로 68위에 머물렀다. 이는 2007년 64위보다 4계단 내려간 것이다.
여성권한척도는 여성의원 비율과 여성 행정관리직, 여성 전문기술직, 남녀소득비 등을 토대로 정치·경제분야에서 여성참여 정도를 지수화한 것으로, 1에 가까울수록 순위가 높은 것을 의미한다. UNDP는 1990년부터 매년 인간개발지수(HDI)를 발표해왔으며, 1995년 유엔 제4차 세계여성회의를 계기로 남녀평등지수(GDI·여성개발지수)와 여성권한척도(GEM)를 채택해 국가별 순위를 발표하기 시작했다. GDI가 교육수준과 국민소득, 평균수명 등에서 남녀 간에 성취수준이 평등하게 이뤄지는 정도를 보여주는 것이라면, GEM은 고위직에서의 남녀평등 정도 즉, 여성에게 권한을 얼마나 주는가를 보여주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GDI가 비교적 상위권에 속하는 반면, GEM은 늘 하위권에 머물러왔다. GDI에서 한국은 2008년 26위(0.910)로 비교적 높은 수준을 보였다. 이는 높은 교육열 덕분에 남녀가 평등하게 교육을 받고 있는 것이 반영된 결과지만, 소득 격차(남성소득 기준 1에 대한 여성소득의 비율을 의미하는 남녀소득비 0.52)가 순위를 끌어내렸다. GEM은 1995년 첫 발표 시 116개국 중 90위였으며, 2006년 53위까지 올랐다가 2008년 68위로 밀려났다. 지난해 우리나라 여성의원 비율은 13.7%, 여성 행정관리직은 8.0%, 여성 전문기술직은 40.0%였다. 조사대상 국가의 평균치는 각 19%, 29%, 48%. 결국 GEM과 GDI의 차이는 우리사회에서 여성이 정치·경제활동과 정책결정 과정에 제대로 참여하지 못하고 있다는 반증이다.
전북은 고령화 사회로 접어들어 그 어느 지역보다 여성의 적극적인 사회참여가 필요하다. 새만금, 신재생에너지, 식품산업 등과 연계한 여성일자리 창출, 여성친화적인 지역 가꾸기를 위한 정책과정에 여성참여가 절실하다. 이러한 법과 제도는 현실을 바꾸는 기초가 될 수는 있지만, 현실을 바꾸기 위해서는 근본적인 인식의 전환과 실천이 필요하다.
/허명숙 편집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