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의 목청에서 삶과 죽음이 춤을 춘다.
희노애락이 상념을 털고 꽃구경을 나선다.
한의 여운을 가슴 안으로 저미게 하는 목소리의 주인공 장사익씨(59·사진)가 전주를 찾는다. 14일 오후 5시 한국소리문화의전당 모악당.
가요무대의 '소리꾼'으로 통하지만, 그는 '그냥 노래하는 사람'이라고 말한다. 마흔 다섯에 뒤늦게 핀 꽃이라고, 소리에 취해 사람에 취해 떠밀려서 노래하는 이곳까지 왔노라고 담담하게 얘기한다.
자신의 몸이 통째로 악기가 되지 않으면 감동을 주지 못한다는 철학 때문인지 미국공연과 국내·외 공연에서 장사익소리판 '꽃구경'은 늘 성황을 이뤄왔다.
25년간 그가 거친 직업만 열네 개. 그 어떤 분야에서도 환영받지 못했지만, 무대에서만큼은 전 공연 매진을 기록해왔다. 김덕수 사물놀이패를 따라다니며 태평소를 불었을 때 모두들 미쳤다며 손가락질 했지만, 이젠 스무 살의 빅뱅도, 서른 살의 이효리도 부럽지 않다.
그의 인기비결에 대해 어떤 이는 구슬프고 신산한 삶의 이야기지만 하늘가는 길에서조차 신명나게 놀 수 있는 낙관주의가 스며있다고도 하고, 또 어떤 이는 마음 속 속된 잡풀을 뽑히게 하는 마력이 있다고도 한다.
삶과 죽음을 소재로 한 '하늘가는 길'에 관한 만가를 모은 1부에 이어 김용택 시인의 '이게 아닌데'와 김원석 시인의 '바보천사'를 비롯해 그의 대표곡 '찔레꽃' '국밥집에서' '아버지' '자동차, 삼식이' 2부, '돌아가는 삼각지' '달맞이꽃' '눈동자' '장돌뱅이' '봄날은 간다' 등 3부를 통해 찔레꽃 향기를 맡고 고단한 인생살이를 헤쳐온 세대들을 위한 무대가 마련된다.
정재열(기타), 최선배(트럼펫), 이원술(베이스), 고석진(모듬북), 최장현(피아노), 벤 볼(드럼), 고석용(타악), 최영호(타악), 신승균(타악), 하고운(해금), 솔리스츠(아카펠라)씨가 호흡을 맞춘다.
소리 바다에 빠진, 그래서 행복한 그는 70살, 80살이 넘어 90살 꼬부랑 할아버지가 되는 순간에도 끝까지 무대에 남고 싶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