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엔 몇 번 하다 끝날 줄 알았는데 벌써 3년이네요. 이제 월요일에는 아무런 약속도 안 잡아요. 할머니들이 (저를) 믿고 함께하는 교사니까요."
계북노인한글교실의 총무이자 교사를 맡고 있는 김영미씨(41)의 고향은 인천이다. 16년 전 중매로 만난 남편의 손에 끌려 이 곳으로 올 때는 '세상에 이런 외진 산골도 있구나' 싶었다. 도회지에서만 살아왔기 때문에 적응이 힘들어 한때는 우울증이 생길 정도로 삶이 버거웠다.
이제는 장정 못지않은 농사 실력을 뽐내고 있다. 밭에 거름 펴는 경쟁에서 영미씨가 삽 한자루로 포클레인을 이겼다는 전설같은 일화는 면 대항 여성 씨름대회 우승 경력이 뒷받침 해주고 있다.
계북노인한글교실과의 인연은 학교가 문을 연 2007년 4월부터 시작됐다. 교사를 돕는 보조교사로 할머니들을 지도했던 영미씨는 다음달 "반을 하나 맡아 달라"는 제안을 받았다. "누구 가르치는 일은 절대로 못한다"고 진심으로 반대했지만, 교사를 할 만한 젊은 사람이 부족한 지역의 현실을 잘 알기에 많은 부담을 떠안고 교사가 됐다. 그러면서 삶이 더 알차졌다.
연필 끝으로 꾹꾹 눌러 짚어가며 읽어서 새까맣다 못해 구멍이 날 지경인 교과서, 나눠준 공책이 아까워서 쓰지 못하고 달력 몇 장을 묶어서 만든 달력공책, 그 나마도 여백이 아까워서 띄어쓰기를 하지 않는 할머니들을 보면서 가슴이 찡해옴을 느낀다.
가끔 할머니 학생들이 들고 오는 쌀, 고로쇠물, 꿀, 고추장 등 비공식적 월사금과 고마움을 담은 쪽지 편지를 받을 때면 끝까지 열심히 해야겠다는 마음을 더욱 추스리게 된다.
영미씨는 "할머니들과 함께 하는 기쁨은 무엇과 비교한다는 자체도 상상할 수 없다"며 "할머니들을 통해서 오히려 제가 마음 깊은 곳에서 솟는 기쁨을 누리고 있다"고 말했다.
영미씨는 요새 '영미 아줌마'라는 농산물 브랜드를 갖추고 인터넷 쇼핑몰 개장을 준비하고 있다. 오미자, 사과, 한우, 쑥 등 계북면에서 나는 경쟁력 있는 먹거리를 브랜드화해 전국에 판매하겠다는 생각이다.
영미씨는 "이제는 계북을 떠나서는 어디에서도 살 수 없을 것 같다"며 "좋은 사람들과 최고의 자연환경이 있어 계북을 사랑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