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병원 저 병원 '비만치료'

경영악화로 영역파괴…비보험 치료상품 홍보

경영악화로 문 닫는 의원이 늘고 있는 가운데 일부 의원들이 비보험 치료상품을 홍보하며 고객을 끌고 있다. 특히 미용 목적의 비만치료는 여러 분야의 의원이 실시하고 있어 '비만치료=수익창출'이라는 공식이 정착됐다는 것.

 

전주시 보건소에 따르면 관내 한의원과 치과의원을 제외한 의원은 지난 2007년 989개로 집계됐으며, 24개가 개업한데 반해 40개가 폐업했다. 지난해에는 1025개 의원이 영업을 했으며, 24개가 개업하고 25개 의원이 폐업신고를 냈다.

 

특히 소아과는 저출산의 영향으로 지난 2007년 8개 폐업, 지난해 2개 개업·3개 폐업, 올해 3월 현재 2개 개업·3개 폐업 등 잇따라 감소세를 보였다. 산부인과도 지난 2007년 1개 개업·8개 폐업, 지난해 2개 개업·2개가 폐업했다.

 

장사가 안돼 폐업하는 의원이 많아지는 것은 의원수가 꾸준히 늘고있는데다 환자 수 75명 이상부터는 보험금 지급액을 일정비율료 삭감하는 차등수가제가 정착됐기 때문으로 분석되고 있다.

 

이에따라 일부 의원은 생존을 위해 고유 영역을 파괴하며 비보험인 미용목적의 '치료'로 수익을 창출하고 있다.

 

18일 전주 A산부인과는 청소년과 가임기 여성을 대상으로 여드름 클리닉을 운영하고 있었고, 고객들 사이에서는 비만관리 전문병원으로 소문이 나 있었다. B피부과는 비만클리닉을 설치하고 원하는 부분의 피하지방을 분해시킨다는 메조세라피(mesotherapy) 시술과 특수 약물을 사용해 지방 분해를 촉진한다는 내용 등을 홍보하고 있었다. 신경정신과 의원에서 비만관리실을 운영하는 다소 황당한 일도 벌어지고 있다.

 

C신경정신과 원장은 "의원도 자영업이다보니 수익을 내야 한다. 3~4년 전부터 영역파괴가 이뤄지면서 일부 의원은 본업보다 비만치료 등에 매달리고 있다"면서 "차등수가제는 병원을 유지하는 수준의 수익 밖에 되지 않기 때문에 일부 산부인과·가정의학과·신경정신과 등은 각기 다른 접근 방법으로 비만치료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북 의사회 관계자는 "의사는 체면 때문에 폐업을 숨기며 조용히 병원 문을 닫는다"면서 "본업과는 거리가 있는 비만치료 실시 등은 변화하는 시대 흐름으로도 볼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