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 소설가 이익상, 그는 생활문학의 선구자

문학평론가 최명표씨 '이익상 단편소설 전집' 펴내

故 이익상 소설가 (desk@jjan.kr)

소설가 성해(星海) 이익상씨.

 

조선일보 기자로 출발해·동아일보 학예부장·매일신보 편집국장으로 재직했다.

 

신석정·김해강 시인 등 걸출한 문인들의 든든한 버팀목 역할을 자처하기도 했다.

 

최명표 문학평론가 (desk@jjan.kr)

전북문단의 1세대이자 '조선프롤레타리아예술가동맹(KARF)'의 발기인, 하지만 세간의 연구자들 관심에서 제외돼 이젠 이름조차 낯선 존재가 돼 버렸다. 젊은 나이에 유명을 달리한 데다 작품이 정리되지 않으면서 신경향파로 분류된 채 방기돼왔던 것.

 

문학평론가 최명표씨(48·사진)가 출간한「이익상 단편소설 전집」(현대문학)은 망각의 뒤편으로 사라질 뻔했던 그의 문학적 공로를 되짚은 의미있는 결실이다. 본래 3권으로 기획됐으나,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작고문인 선집 발간사업에 선정돼 1권만 우선 발간하게 됐다.

 

최씨는 이익상씨를 생활 문학의 선구자라고 집약했다. 식민지 주민들의 궁핍한 생활상의 세목에 애정을 갖은 휴머니스트이자, 사회적 책임감으로 고민했던 지식인이었다는 사실을 강조했다.

 

그 증거로 비정치적인 다양한 군상들을 작품 속에 등장시켰다는 점을 꼽았다. 「번뇌의 밤」에선 유학 간 남편을 기다리는 여성이, 「흠집」에선 목의 상처로 괴로워하는 여성이 나온다. 「남극의 가을밤」「새끼 잃은 검둥이」에선 소년을, 「위협의 채찍」에선 농민을 끄집어냈고, 「구속의 첫날」「대필연서」엔 자신의 밥벌이가 됐던 기자의 삶이 고스란히 담겼다. 개인적 한계로 세상과의 대결에서 실패하거나 방황한, 그래서 사회적 환경에 순응하는 인물이 대다수를 이뤘다고 설명했다.

 

그는 소설에서 인물들이 처한 일상이 식민지 사회의 무방향성과 소통의 단절로 비극성이 행간에서 확대됐다며 신경향파 특질은 찾아내기 힘들다고 평가했다.

 

최씨는 "그가'카프'를 탈퇴한 이후 묘사 위주 소설이 아닌 '말하기'를 통해 지식인으로 책임감을 표출하고자 하는 의지가 있었다"며 "적극적이진 않았으나, 민중들의 아픔을 위로하는 대오에 서서 지식인들이 동참하기를 기대했다"고 평가했다.

 

"문학사 변두리에 방치돼 있던 그의 유산을 정리하는 일은 시간과 경비, 품이 많이 들었지만, 늦게나마 출간된 것이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유명 작가 중심의 편애적인 연구풍토를 지양하고, 작가의 전 작품을 대상으로 종합적인 관점에서 바라보는 일에 더욱 충실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