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통령 버락 오바마는 일리노이주 상원의원에 당선되기 전, 시카고대학교 로스쿨 교수였다. 12년간 재직하면서 수업시간에 자기가 대통령이 되었을 때 펼칠 정책을 학생들에게 테스트 받곤 했다. 또 그는 재직중 일리노이주 상원에서 일을 했다. 대학에 몸 담고 있으며 착실히 정계진출 준비를 한 것이다. 그런 점에서 오바마는 정치교수(폴리페서)라 불러도 무방하다.
하지만 그는 교수로 있는 동안 다른 교수들이 목표로 하는 테뉴어(교수 정년보장)에 전혀 관심이 없었다. 법학관련 논문도 내지 않았다. 그리고 상원의원에 진출하기 직전, 교수직을 자진해서 사직했다.
지난 18대 총선에 출마한 대학교수는 42명이었다. 지역구 후보가 27명, 비례대표가 15명이었으며, 이중 17명이 당선돼 정계진출의 꿈을 이뤘다. 그런데 이들 가운데 출마에 앞서 대학에 사직서를 낸 교수는 오직 1명에 불과했다. 41명은 학교에 휴직계를 냈을 뿐이다.
이들은 당선되면 국회의원으로 입신양명하고, 떨어져도 본전인 교수직으로 돌아가면 그만이다. 양다리 걸치기요, 꽃놀이패인 셈이다.
이들 폴리페서, 즉 정치(politics) 교수(professor)들은 학문에서 배운 바를 실천하겠다고 하지만 정계나 관계의 고위직을 탐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지난 총선에서 정치권으로 부터 러브콜을 받고 거절한 어느 교수는 이렇게 단언한다. "정치판으로 떠난 폴리페서들의 연구실적을 살펴보면 하나같이 내놓을 만한 것이 없다 또 잦은 휴강으로 강의 자체가 부실하다. 염불보다는 잿밥에 관심을 갖는다. 이런 교수들이 정치를 잘 할 수 있을까?"
총선 뿐만이 아니다. 선거철만 되면 특정후보를 지원하는 교수들이 넘쳐난다. 17대 대선 당시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측 1000여 명을 포함해 각 후보캠프에 줄을 댄 교수가 1500-3000명에 이르렀다.
2002년과 2006년 전북도지사 선거때도 수십명의 교수들이 정책자문교수 등의 이름으로 줄을 섰다. 이들은 선거가 끝난뒤 관(官) 주위에서 잇속을 챙기는 경우가 많았다.
이번 전주 국회의원 재선거에도 어김없이 폴리페서들이 나섰다. 2004년과 2008년 선거 출마시 사직토록 하는 법률 개정안이 제출되었으나 통과되지 못했다. 대한민국은 정치에 관한 한 교수들의 천국인듯 하다.
/조상진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