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 아동문학가 서재균씨 에세이집 '귀향'묶어

교사·신문기자·문인의 길 담담하게 돌아봐

그에겐 인생의 전환점이 참 많았다.

 

사범학교를 졸업하고 초등학교 교사로 발령나 선생 노릇을 했다.

 

가장 안정적인 직업을 헌신짝처럼 내던지고 선택한 신문기자의 길. 하지만 이 길도 녹록치 않았다.

 

뉴스를 쫓아 밤낮이 따로 없는 고통스런 길을 접고 마지막 자유를 얻었다고 느낄 무렵, 이번엔 전북문인협회에서 그를 불렀다. 냉정하지 못한 성격 덕분에 문인협회 회장직을 맡았던 그는 '어정쩡한 모습으로 주춤거리며 일을 할 수밖에 없었다'고 적었다.

 

서재균 아동문학가(76·사진)가 펴낸 「귀향」(신아출판사)엔 전북 언론사의 과거와 현재가, 맨몸으로 부대껴 쓴 글쟁이로서의 고독한 시간이 담겼다.

 

'교직 생활이 철저한 울타리 없는 감옥의 권위주의 사회였다면, 신문사는 울타리 없는 감옥의 자유분방한 민주주의 사회였다.'고 적었을 만큼 그는 언론인의 삶을 동경했다.

 

하지만 신문사에 몸담은 것이 일생일대 최대의 실수라고 여기기까지 긴 시간이 요구되진 않았다.

 

독자 확보·지면 제작·임금·복지시설·판촉 경쟁의 압력으로 새로운 신문사를 선택했고, 회사 존폐 위기에 처해 언론인도 먹고 살아야 한다는 깊은 고민과 방황의 시간이 계속됐기 때문.

 

때문에 젊은 기자들의 불평과 불만, 현실과 이상의 괴리로 볼멘 소리가 이어질 때마다 그의 사무실은 그들의 고백성사 자리로 자주 활용됐다.

 

아동문학인들과 호주머니를 털고 말술로 서로를 위로하며 더 진지하게, 실랄하게 이야기를 나눴던 지난 시간은 전북지역 아동문학이 더 탄탄한 뿌리를 갖게 한 시간이 됐다.

 

"이제껏 무엇을 얻으려고, 무엇을 찾으려고, 무엇을 발견하려고 허둥지둥 살아왔는지 모르겠습니다. 사람이 태어나 큰 일, 큰 사람은 못 되어도 밥 굶지 않고, 나쁜 짓 않고 살고 있다면 그만 아닙니까. 행복의 조건이 소박하다는 것을 이제야 깨닫습니다."

 

무주 출생인 그는 전북일보에서 첫 발을 디딘 이래 전라일보, 전북도민일보에서 언론인으로 몸을 담았으며, 동화집 「햇빛이 노는 개울가」「아름다운 선물」「산철쭉」 등 다수를 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