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안 이야기가 되다보니 막상 가난한 안방살림을 보여주는 것 같아 부끄러운 생각이 듭니다. 하지만 작게는 개인의 이야기일 수 있지만, 넓게 생각하면 일제강점기 한 가족사를 통해 암울했던 한 시대를 읽을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그의 고향은 남원군 대산면 대곡리. 이 조용한 마을도 근·현대사의 거친 풍랑을 피할 수는 없었다.
소동호 전북대 교수(63)가 일제시대부터 6·25전쟁까지를 관통하는 개인의 성장과 변화, 그리고 사회적 모순을 리얼한 필치로 묘사, 「무지개 단장」(신아출판사)을 펴냈다.
"아버지께서 돌아가실 때 후손들에게 우리 집안의 내력을 남겨놓으시겠다고 하셨지만, 그보다 먼저 병환을 얻으셨습니다. 그래서 아버지가 나에게 주신 숙제라고 생각하고 제가 대신 쓰게 됐습니다. 하지만 제 입장에서는 모르는 부분이 많아서 증조할아버지 이상 그 윗대에 대해서는 쓰지 않았습니다."
평범한 소시민의 유년 시절과 학창시절, 결혼과 청년시대, 그리고 교원이라는 사회적 신분의 경험을 통해 직면했던 현실은 한 시대의 자화상. 편협적이거나 일방적으로, 다소 감정적으로 굴절된 관점에서 바라볼 수 밖에 없는 일제강점기를 그러나 그는 사실적으로 담담하게 풀어놓았다.
소교수는 "내 기억 속에 남겨진 일들 중에서 그 일과 관련된 사람들의 증언과 술회를 토대로 쓴 책"이라며 "10여년 간 자료를 모으며 사실대로만 옮겨보겠다는 생각으로 용기를 냈다"고 덧붙였다.
"근·현대사는 사상적·정치적 측면에서만 부각되는 경향이 강합니다. 그 시대를 살았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있는 그대로 전하면서 생생한 근·현대사를 들려주고 싶었죠."
소교수는 이번에는 일제시대부터 6·25까지 조부와 부친 등의 이야기를 담았지만, 2권에는 자신과 자신의 가족 이야기를 하고 싶다며, "이웃집 사는 이야기로 봐달라"고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