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시대 중엽 막걸리를 좋아하는 판서가 있었다. 좋은 소주와 약주가 있는데 하필이면 막걸리만 드시냐고 자녀들의 성화가 끊이지 않았다. 그러자 판서는 아무말 없이 소 쓸개주머니 3개를 구해 오라고 시켰다. 그리고 이 쓸개주머니에 소주와 약주, 막걸리를 각각 넣었다. 며칠이 지나 쓸개주머니를 열어 보았다. 소주를 담은 쓸개주머니는 구멍이 뚫려 있었고 약주를 담은 쓸개주머니는 많이 상해 있었다. 그런데 막걸리를 담은 쓸개주머니는 오히려 두꺼워져 있지 않은가." 이 얘기는 그만큼 막걸리가 몸에 좋다는 의미일 것이다.
막걸리는 이름도 여러 가지다. 희다해서 백주(白酒), 탁하다 해서 탁주(濁酒) 또는 회주(灰酒)라 했다. 집집마다 담가 먹는다 해서 가주(家酒), 농사 지을 때 새참이라 하여 농주(農酒), 제사 지낼 때 제상에 올린다 하여 제주(祭酒)라 불렀다. 백성이 즐겨 마시는 술이라 하여 향주(鄕酒), 나라를 대표하는 술이라 하여 국주(國酒)라고도 했다. 또 고려 때는 막걸리용 누룩을 배꽃이 필 무렵 만든다 하여 이화주(梨花酒)라 불렀다. 꽤 낭만적인 이름이다. 하지만 무엇보다 쌀과 누룩으로 빚어 '막 걸러낸 술'이란 막걸리가 제일 친근한 느낌이다. 서민적 정취를 흠뻑 담고 있기 때문이다.
막걸리 예찬론자들은 막걸리의 5덕(五德)과 3반(三反)을 칭송한다. 허기를 면해주는 것이 1덕이요, 취기가 심하지 않은 것이 2덕이고, 추위를 덜어 주는 것이 3덕이다. 일하기 좋게 기운을 돋워 주는 것이 4덕이며, 평소에 못하던 말을 하게하여 의사를 소통시키는 것이 5덕이다.
그리고 일하고 마셔야 한다해서 반유한적(反有閑的), 서민이 마신다 하여 반귀족적(反貴族的), 군관민(軍官民)이 평등하게 마신다 하여 반계급적(反階級的)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막걸리가 건강을 중시하는 풍조에 힘입어 웰빙식품으로 각광을 받고 있다. 막걸리는 1960년대 중반까지 전체 술 소비량의 70%를 차지했다. 그러다 1965년 쌀을 원료로 한 술 제조가 전면 금지되면서 사양길을 걸어야 했다.
그러나 이제 도시마다 막걸리집이 즐비하게 들어서고 있다. 일본을 비롯 미국 중국 등 14개국에 수출까지 하게 되었다. '국민의 술'막걸리의 귀환이 반갑다.
/조상진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