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메아리] 맹목적 성장숭배는 이제 그만 - 한승우

한승우(전북녹색연합 사무국장)

우리는 대부분 성장은 좋은 것이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특히, 경제(GNP)는 무조건 성장해야 하고, 수출입도 증가하는 것이 좋다고 인식하고 있다. 또한, 인구도 무조건 늘어나야 좋다고 생각한다. 이유는 경제가 성장해야 고용도 늘고, 풍요롭게 살 수 있다는 생각이다. 또한 인구가 늘어야 세계적인 강대국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명박 정부의 이른바 747공약도 이러한 성장이데올로기의 상징이다.

 

최근 들어 정부는 경제위기를 극복하고 마이너스 경제성장을 막아보겠다며 경기부양대책을 내놓고 있다. 대표적인 사업이 4대강 정비사업 등 토건사업이다. 방식이야 어떻든 돈을 풀면 일자리가 생기고, 일자리가 많아지면 돈이 돌아 경제가 나아진다고 기대하고 있다. 막대한 추경도 편성했다.

 

그런가하면, 우리는 인구가 무조건 늘어야 좋다고 생각한다. 최근, 인구성장율이 둔화되면서 상대적으로 65세 이상 노인 인구비율이 높아져 젊은이들이 부양해야할 노인이 너무 늘어나 젊은이들의 등허리가 굽을 것이라는 걱정이다. 때문에 정부는 출산율을 높이기 위해 갖가지 대책을 내놓지만 젊은 부부의 마음이 동할 획기적인 대책은 없다. 오히려 경제위기와 더불어 결혼을 미루는 젊은이가 늘고, 출산을 포기하는 젊은 부부가 늘어 오히려 반짝하던 인구증가율이 다시 내려앉았다. 2005년 출산율이 1.08에서 2007년 1.25로 다소 늘다가 2008년 1.19로 다시 줄고 있는 것이다.

 

인구증가율의 급격한 감소는 부작용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국토면적과 자원부존량 등을 감안할 때 적정인구는 어느 정도일까 생각해야한다. 좁은 국토면적과 한정된 자원을 고려하지 않는 무한대의 인구증가 정책은 오히려, 생활의 질을 근본적으로 저해할 수 있다. 왜 인구증가율이 떨어지고 있는지 원인과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또한, 맹목적인 경제성장 추진으로 국토의 생산기반을 훼손하는 개발정책을 추진한다면 오히려 우리의 미래는 더욱 어둡다. 돈을 풀어 경제를 성장시킨다는 이유로 불필요한 도로를 중복 건설해 산하를 파헤친다면, 경기를 부양한다며 이미 포화상태인 골프장을 논과 산을 도려내고 계속해서 건설하면, 생명수인 하천을 개조해 콘크리트 수로로 만든다면, 그대로 생태계의 보고이자 식량창고인 갯벌을 매립한다면, 멀쩡한 계곡을 사방공사한다고 콘크리트로 발라버리면, 오늘 당장은 경제가 성장한다고 돈이 돈다고 좋아할지 모르겠으나, 우리의 미래는 어떻게 되고 우리의 삶은 어찌될 것인가?

 

그런데, 사실은 경제가 성장해도 고용은 늘지 않으며, 돈도 돌지 않은지 오래됐다. 소위 국내총생산 성장율 대비 취업자 증가율을 나타내는 고용탄력성은 사실상 0이다. 1980년대 0.5에 달했던 고용탄력성은 2000년 0.3, 2008년 2분기 0.15 이었으며, 지금은 경제하강 속도보다 취업자 수가 더 큰 폭으로 줄고 있는 추세다. 말 그대로 고용 없는 성장이다. 결국 경제가 성장해도 돈은 돌지 않고 돈이 한 쪽으로 몰리고 있을 뿐이다.

 

문제는 경제성장이 아니며, 성장이 모든 것을 해결해 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현실은 성장만을 추구하고 있는 경제와 인구정책들이 오히려 우리의 서민과 자연을 죽이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 이제, 진정 농민과 노동자 등 이 땅의 모든 생산자들과 우리 생명줄인 하나뿐인 지구가 건강성을 유지할 수 있는 살리는 경제와 사회를 고민해야 한다. 경제와 성장에 대한 새로운 패러다임이 필요하다. 진정한 삶의 의미를 크리족 인디언이 백인정복자들에게 한 예언을 통해 되새겨보자. "마지막 나무가 베어 넘어진 후에야. 마지막 강이 더럽혀진 후에야. 마지막 물고기가 잡힌 뒤에야. 당신들은 알게 될 것이다. 돈을 먹고 살 수는 없다는 것을"

 

/한승우(전북녹색연합 사무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