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 전주시향과 협연하는 '하버드생 첼리스트' 고봉인씨

"끝없는 열정…나중엔 지휘자 도전"

시간을 조각하는 손이다. 하버드대학에서 세포생물학을 전공하면서 갖게 된 '하버드생 첼리스트' 타이틀.

 

줄기세포를 연구하면서 연주자의 길을 걷는 까닭에 그의 작은 손은 수난의 연속이지만 열정적인 삶을 위한 선택은 대범하다. 우수한 과학자로서 우뚝 서는 일도 첼리스트로서 전혀 하자가 될 것이 없다는 당찬 신념. 전주시립교향악단의 제160회 정기연주회로 전주를 찾은 첼리스트 고봉인(24)씨다.

 

피아노를 공부한 어머니의 음악적 감수성을 물려 받아 시작한 첼로. 당시 한국예술종합학교 예비학교 정명화 교수가 그의 연주를 듣고는 부모에게"한번 시켜보라"고 권했다.

 

제3회 차이코프스키국제청소년콩쿠르에서 첼로부문 1위를 입상하면서 주목받기 시작했다. 정작 그는 콩쿠르에 나가기 전 심각한 회의에 빠졌다. 1995년 일본 제1회 차이코프스키국제청소년콩쿠르에서 출중한 연주가들과 조우하며 출전을 다짐했지만, 한 곡을 반복적으로 연습하는 것이 싫었고, 대회를 통해 비교 평가를 받는데 거부감이 들었던 것.

 

독일 유학 시절 18세 때 처음 접했던 윤이상 음악에 더욱 매료됐다.

 

"독일 지인들과 이야기를 많이 나눴습니다. 배를 타고 나가 한국땅을 물끄러미 바라보며 그리워했던 그에 관한 애틋함이 생겼어요. 작곡가 인생을 이해해야 그 곡을 소화할 수 있게 된다는 것도 그때 알게 됐습니다."

 

동베를린 간첩단 사건으로 옥살이를 한 뒤 썼던 곡엔 그의 격정적인 인생의 굴곡이 담겨 있다. 윤이상 탄생 90주년 기념으로 열렸던 '윤이상 페스티벌' 개막 공연에서 연주 도중 줄이 끊어질 만큼 연주에 몰입해 이수자 여사가 눈물을 흘리며 '남편이 살아난 것 같다'고 했을 정도다. 그는"최고의 찬사였다"고 말했다.

 

한없이 가느다란 현 위에서 쉴새없이 걷고 있지만, 그의 눈은 독수리 눈빛이다.

 

"20대 연주임을 감안하더라도 깊이가 있다 혹은 인생의 깊이를 잘 소화했다는 평가를 듣게 됐으면 좋겠습니다. 공부와 연주자의 길 둘 다 포기할 수 없지만, 결국 그 고지는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나중엔 지휘자도 도전해보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