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항에서 무심코 직업란에 '시인'이라고 썼다가 "시인은 직업이 아닙니다"라는 말을 들었다. 괜히 머쓱해 져 '무직'이라고 바꿔적고 나니 왠지 가슴이 서늘해 진다.
'초등학교 2학년'을 졸업한 지 8개월. 시 쓰는 '끈'이 떨어졌으니 시도 쉰다.
그런데, 봄이다. 꽃이 피고, 꽃잎이 바람에 흩날리면, 시인은 어찌할 바를 몰라 시를 쓴다. 김용택 시인(61)은 "그래서 봄에 시를 많이 쓴다"고 했다.
이번에 나온 열번째 시집 「수양버들」(창비)은 2~3년 전 학교에서 아이들과 부대끼고 있을 때 써놓은 것들이다. 한 편마다 200~300번은 족히 본 것 같은데, 내놓고 보니 허점이 많다. "나는 시집이 괴롭다".
그럴 때면 아무 것도 없이 빈 몸으로 아름다운 삶을 살던 때로 돌아간다. 시골 농촌의 삶을 저항적으로 표현하던 시절, 빛나는 정신으로 오직 책과 문학이 좋았던 시절, 어머니 말을 받아 적었더니 시가 되었듯이 자연이 하는 말을 받아 적으면 시가 된다.
"꽃이 어떻게 피어나는데요…. 그래서 난 꽃을 노래합니다."
그의 시집 곳곳에서 꽃들이 피어나는 것은 사람에게 감동을 주는 것은 다름 아닌, 생명이기 때문. 시인은 언제나 그렇게 해왔듯 자연을 그리고, 피폐된 농촌을 바라본다.
"내가 마지막으로 가르쳤던 아이들이 12명이었는데, 그 중 5명이 내가 가르쳤던 아이들의 자식들이었습니다. 엄마 아빠가 이혼해 시골 할머니 손에 맡겨진 내 아이들의 아이들을 보면서 많이 울었지요."
가난이 되물림되는 땅. 어린 두 딸을 고향에다가 버리는 제자들을 보며 그는 자신의 고향이 슬픔의 땅이 되는 것이 가슴 아프다. 그러나 '가난은 배고픈 봄날처럼 길고 멀'어, 상처받은 이 땅으로 '이리 날아오라는, 말이 안 나온다'.
책 표지는 그윽한 단원 김홍도의 '마상청앵도(馬上聽鶯圖)'. 그림을 보는 순간 언젠가 '수양버들'로 시를 쓰겠다 마음 먹었다. 20년이 흐르고 나서야 '수양버들'이란 시가 찾아왔다. 그림 하나로 '색의-마상청앵도'라는 시도 하나 더 얻었다. 시란 쓰고 싶다고 써지는 것이 아니다. 이처럼 어느날 자연스럽게 나를 찾아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