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이 불편한 중증 장애우들이 일반인들도 힘에 벅찰 '20리 꽃길'을 손수 조성, 색다른 감동을 주고 있다.
밋밋했던 시골마을에 형형색색의 계절 꽃을 만발케 한 사람들은 진안 안천 삼락리에 사는 지체장애 2급 조병율씨(56)와 정신지체 3급 김명희씨(48).
이들 장애우가 '환경 전령사'로 나선 때는 지난 2003년으로 안천면이 실시하는 '거닐고 싶은 꽃길조성사업'에 참여하면서부터다.
풀 뽑은 자리에 직접 집에서 싹을 틔운 꽃을 하나 둘 심기 시작한 게 올 해로 7년째.
안천면 초입 도로변이 봄에는 분홍빛 철쭉이, 여름엔 백일홍이, 가을엔 국화 등 사계절 내내 '꽃 바다'를 이룬 것도 바로 그 때문이다.
조씨는 3살 때부터 앓아 온 소아마비로 왼쪽 팔과 오른쪽 다리가 성치 않은 중증 장애우지만, 꽃길 조성에 쏟는 열의만큼은 비 장애인 못지 않다.
좋은 꽃씨를 얻기 위해 전국 방방곡곡을 돌아 다니는 노고를 마다하지 않는 것은 물론 인터넷을 통해 꽃길 조성에 필요한 해박한 지식까지 습득할 정도로 가히 꽃에 미쳐 살고있다.
그의 그러한 열정은 꽃 이야기 가득한 신괴리 괴정마을 입구∼삼락리에 이르는 7km 구간에 묻어난다.
그림처럼 수 놓아질 여름꽃만도 서광, 맨드라미, 과꽃, 채송화, 루드베키아 등 10여 종이 넘는다.
이른 봄부터 호미자루를 매고 장애인용 3륜 오토바이에 몸을 실은 결과다.
결국 2007년 진안 군민의 장을 수상한 조씨는 "안천면을 찾아 온 외지인들에게 볼거리를 제공하기 위해 '화원사'를 자처했다"면서 "안천 꽃길을 전국 제일의 꽃길로 조성하는 게 최고의 꿈"이라고 바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