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 "붓끝 이용한 실험정신 보여주고 싶었죠"

첫번째 개인전 '붓의 반란' 여는 서예가 최동명씨

전시장에 들어선 순간, 관람객들은 위풍당당한 글씨와 마주하게 된다.

 

보는 사람의 기를 단 번에 제압해 버리는 글씨. 가로 90㎝ 세로 90㎝의 종이에 한 글자씩, 열여덟자를 써놓은 중국 당나라 송과정의 글이다.

 

'벼락이 꽂히고 바위가 떨어져 내리는 기괴함과 기러기가 날고 짐승들이 놀라 뛰며 새가 춤추고 뱀이 놀라 달아나는 자태'란 뜻은 글씨는 자유스러우면서도 선을 살리고 힘이 있어 웅장해야 한다는 평소 그의 생각과 일치한다. 9일까지 전북예술회관에서 열리고 있는 청람 최동명씨(37)의 첫번째 개인전 '붓의 반란'이다.

 

"서예라고 하면 하얀 종이에 기존 서체로 쓴 정형화된 글씨를 떠올리기 마련이죠. 하지만 그럴 경우 관람하는 입장에서는 꽤 지루할 것 같습니다. '붓의 반란'은 서예로도 충분히 많은 이야기를 전달할 수 있다는 생각에서 출발하게 됐습니다."

 

최씨는 "기본을 바탕으로 하면서도 보여줄 수 있는 것은 최대한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오체는 물론, 문인화와 전각, 한글, 현대서예까지, 첫 전시인 만큼 작가로서의 욕심도 굳이 숨기지 않았다. 직접 종이를 염색해 회화성도 더했다.

 

"서예가 마음 공부에 도움이 된다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합니다. 하지만 단순히 심신수련에서 벗어나 예술적으로 승화된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었어요. 젊으니까 실험이나 도전도 가능하다고 생각했죠."

 

작품을 하나 완성하면 스승에게 먼저 선을 보이는 것이 서예계 관례지만, 그는 이번 전시를 준비하며 단 한 작품도 보이지 않았다. 단지 쓰는 것이 아닌, 표현으로 작가의 정체성을 찾고 싶었기 때문. 전통과 현대를 어우르는 나름의 고뇌가 작품 곳곳에 깃들어 있다.

 

최씨는 원광대학교 서예과와 같은 대학원을 졸업했다. 현재 민족서예인협회 전북지부장으로, '대한민국 서도대전' '강암서예대전' '남도서예문인화대전' 등의 초대작가로도 활동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