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작은 부주의가 산불 부른다 - 박진선

박진선(전북소방안전본부 대응구조과장)

 

온갖 꽃이 만개하는 봄이 왔다. 최근에는 초여름의 날씨를 보이며 많은 도민이 나들이와 등산을 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의 부주의와 실수로 한순간에 푸르른 산야를 불바다로 만들어 버리는 것이 산불이다. 특히 올해 봄은 유난히도 건조한 날씨와 가뭄의 영향으로 벌써 곳곳에서 산불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우리는 예로부터 청명 무렵에 논·밭둑을 손질하고 한식에는 성묘와 무덤을 정비하는 개사초(改沙草)를 하기 위해 산에 있는 조상의 산소를 많이 찾는다. 또한 봄철에는 따뜻한 날씨로 등산객도 늘어나는 만큼 산불발생의 위험은 점점 더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도내에서는 지난 2003년부터 지난해까지 최근 5년 동안 연평균 29건의 산불이 나 35ha의 산림이 소실되는 피해를 입었다. 이 가운데 봄철에 발생한 산불이 전체 발생건수의 75%를 차지하고 있다. 전체 산불발생 건수의 37%가 식목일과 청명·한식을 즈음한 4월에 발생하고 있다.

 

지난 7일 임실군 삼계면에서 난 화재는 18시간 동안 약 20㏊의 임야를, 전날 남원시 산동면의 한 야산에서 발생한 불은 14시간 동안 6㏊의 산림을 태우는 등 8일 현재 이번달에만 도내에서 18건의 산불이 났다.

 

산불의 발생원인 별로는 입산자 실화가 44%, 논·밭두렁 소각이 18%로 등산객의 부주의와 영농인의 논·밭두렁 소각이 주된 화재원인으로 파악돼 각별한 주의가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더욱이 산불은 소중한 산림자원뿐 아니라 주변이 있는 주택·사찰·문화재 등에도 번져 더 큰 피해를 부를 수 있다.

 

산불도 여느 화재와 다름없이 예방이 최선책이다. 산불예방을 위해서는 위험지역의 출입을 삼가고 산불 위험이 높은 지역에서는 인화성 물질을 사용할 때 각별히 조심을 해야한다. 등산지역의 산불예방은 무엇보다도 등산객들의 적극적인 협조가 가장 필요하다. 등산을 위해 산에 갈 때는 화기나 라이터·성냥 등 산불의 원인이 될 만한 인화성 물질을 소지하지 않아야 하고 산에서 취사나 모닥불을 피우는 행위는 반드시 허용된 지역에서만 하는 안전의식이 자리잡아야 한다.

 

더불어 영농이 시작되는 3월과 4월에 논·밭두렁을 태우면 병해충이 방제된다는 잘못된 고정관념으로 매년 관행적으로 논·밭두렁 소각이 이뤄지는 경우가 많다. 논·밭두렁 태우기는 병해충 방제 효과가 극히 미약한데도 불구하고 산불로 이어지는 사례가 많고 그 피해도 매우 크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우선 논·밭두렁 소각에 대한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불가피하게 소각할 때는 산불로 확산되는 일이 없도록 바람이 없고 습도가 높은 날에 해야 한다. 또 행정기관 관계자의 지원을 받아 산불예방 감시 하에 실시하거나 마을 공동으로 안전조치를 한 후 소각해야 한다. 최근처럼 건조한 날씨에는 바람의 방향이 바뀌는 등으로 예상하지 못한 화재가 걷잡을 수 없이 확대될 수 있기 때문에 더욱 더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우리나라는 지난 수십년 동안 꾸준히 나무를 심고 가꾼 덕에 전국 어느 산에 가도 숲이 무성해졌다. 이제는 심고 가꾸는 것 못지않게 유일한 탄소흡수원인 산림을 산불로부터 안전하게 지키는 일도 중요하다. 우리의 조그만 부주의로 미래 세대와 함께 나누어야 할 자원이자 자연 생태계의 보고인 소중한 산이 한순간 잿더미로 변할 수 있다는 경각심을 지니고 산에 올라야 한다.

 

따스한 봄철 기분 좋은 산행으로 자신의 건강을 지키듯 우리의 자연도 작은 주의와 관심으로 조상에게 받은 산을 온전하게 다음 세대에게 물려주어야 할 것이다.

 

/박진선(전북소방안전본부 대응구조과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