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고난 성음이 아니라는 말에 악발이로 근성으로 버텼다.
어릴 적 고창 동리국악단에서 소리에 '꽂혀' 들어선 길. 소릿길은 이제 버텨내야 할 운명이 됐다.
11일 오후 2시 전북대 삼성문화회관 소극장에서 갖는 '동초제 판소리 제1회 춘향가 완창 발표회'를 여는 이지연씨(22)다. 처음이라는 말 뒤에 따라오는 두려움을 떨쳐내기 위해 3시간 30분 완창 무대를 준비하느라 목은 쉴 대로 쉬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누군가 완창 무대를 가진다고 하면 '연습하느라 힘들었겠구나'라고만 막연하게 여겼습니다. 하지만 지금까지 무대에 서고 소리를 하면서 느낀 것들과는 견줄 수가 없을 만큼 치열한 자신과의 싸움이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자신감을 가졌다가도 힘에 부쳐 주저 앉기를 수백 번. 그는 몸이 아플 때도 머리를 싸매며 북채를 잡았던 조소녀 명창을 통해 소리꾼의 책임감을 배우게 됐다고 말했다.
고수 조용안씨와 함께하는 1부는 춘향모가 태몽을 꾸고 춘향이 태어나는 첫소리부터 춘향과 몽룡이가 사랑가를 부르며 노는 대목까지, 2부는 고수 조용복씨와 함께 이몽룡과 성춘향이 이별하는 대목부터 남원에 신관사또가 부임하는 대목으로 꾸려진다.
"춘향과 이몽룡의 아기자기한 봄날의 꿈과 같은 사랑도, 애절한 이별과 가슴시린 그리움, 그 고통에 대한 공감대를 알기엔 소리가 많이 부족할 수도 있습니다. 다만 소리에 대한 철부지 같은 짝사랑의 마음이 이어가기 위한 첫 발이라 보면 될 것 같아요. 화려한 기교와 높은 목청보다는 소리를 사랑하고 고민한 흔적이 배어나는 무대를 선물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