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이 '걷기' 열풍이다. 곳곳에 새로운 산책로가 조성되는가 하면, 걷기와 관련해 다양한 축제와 대회가 열리고 있다.
「꿈 속에서도 걷고 싶은 길」을 펴낸 사단법인 우리 땅 걷기 이사장 신정일씨 역시 길 위에서 먹고 쉬고 자는 사람이다. 한달이면 수차례씩 도보 여행을 다니며 전국 10대 강은 물론, 40여개 산을 올랐다. 영남대로와 삼남대로, 관동대로에도 발자취를 남겼다. 이름도 없는 길들을 어루만지듯 30여 년간 국토 순례를 하며 체득한 것은 다름 아닌, 길 속의 문화와 역사. 사람살이에 대한 이치였다.
"길에서 다시 길을 만나게 되고, 길에서 사람을 만나게 됩니다. 걷다보면 실타래처럼 엉킨 여러가지 생각들이 정리되는데,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를 다시 긍정적으로 설정하는 계기가 되기도 합니다. 살아있다는 것은 끊임없이 새로운 길에서 다시 새로운 길로 나아가는 것이지요."
허준은 "약보(藥補)보다 식보(食補)가 낫고, 식보보다 행보(行補)가 낫다"고 했으며, 다산 정약용 역시 걷는 것을 청복(淸福), 즉 '맑은 즐거움'이라고 했다. 그들의 말이 틀리지 않다. 신씨 역시 "걷는다는 그 사실이 인간에게 주는 것들은 너무도 많다"며 "사흘 동안 맑은 공기 마시며 마음 비우고 경치 좋은 곳을 걸으면 보약 한 재 먹는 것보다 낫다"고 말한다.
걷기를 시작하면서 사물을 만나고, 만나는 사물들은 말을 걸어온다. 신씨는 "사물들을 이해하고 나아가 나를 만나는 경이로운 체험을 하며 사람은 '스스로 자(自)'에 '그러할 연(然)'인, 자연이 된다"고 말했다.
책은 경기도와 강원도, 충북, 충남, 전북, 전남, 경북, 경남 등 지역별로 나눠 마흔곳의 길을 소개한다. 반나절이나 하루 정도 여행하면 좋을 코스. 사진과 지도, 꼭 봐야할 명소, 총 거리와 소요시간까지도 꼼꼼하게 실어놓아 마음만 먹으면 쉽게 찾아갈 수 있다.
전북에서는 '고창 해리 흥골에서 선운사까지' '장수 천천에서 용담댐까지' '문수사에서 장성의 측백나무 숲으로 가는 길' '지리산 둘레길 1·2구간' '김제 귀신사에서 원평까지' '회문산 자락 지나 섬진강 적성강변까지'가 소개됐다.
무엇보다 길에 얽힌 다양한 전설과 유래 등 '길 위의 철학자'인 신씨만이 들려줄 수 있는 이야기들이 기다리고 있다. 딱딱한 아스팔트에서 벗어나는 순간 부드러운 흙길이 기다리고 있다.
책을 읽는 것만으로도 그 길에 담긴 철학을 배울 수 있는 책. 그러나 읽다보면 정말로 걷고 싶게 만드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