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 강점기'북의 오산, 남의 고창'으로 대변될 만큼 민족학교로 이름 높았던 고창중·고가 개교 90주년을 맞는다.
고창중·고의 전신인 고창고보는 당시 민족감정을 초월했다는 일본인 스미모도(安左衛門)가 양태승·윤지명·김영고 선생등과 함께 설립한 오산학교가 그 모태다.
개교 2년만에 재정난을 겪으며 주저앉을 상황에 직면한 고창고보는 3·1운동으로 애국교육의 필요성을 절감한 고창군민들이 뜻과 힘을 모은 덕분에 새롭게 태어났다. 1922년 4월 군민들은 대회를 열고 학교를 인수·운영키로 결의한 뒤 현재의 자리에 학교를 설립하고 '사립 고창고등보통학교'로 개칭한 것.
광주학생사건 당시 재학생 180명 전원이 데모에 참여, 20여명의 주모 학생이 자퇴를 종용당했고 양태승교장 등 교사들도 총독부에 사표를 내던진 일은 유명한 일화. 1937년 신사참배 거부를 이유로 신흥학교가 폐지되자 고창고보는 이 학교 학생 전원을 과감히 받아들이기도 했다. 이처럼 일제에 항거하다 퇴학을 당하거나 쫓기던 애국학생들이 고창고보로 수없이 찾아들었다.
개교 이래 90년 역사 동안 수많은 인재를 배출하고 사회발전에 기여해온 고창고는 지난해 기숙형 공립고교로 선정되는 등 농산어촌 지역의 교육 여건을 개선하는 선도고교로 거듭나고 있다.
고창중·고 총동창회(회장 조병채)는 19일 개교 90주년 기념식 및 정기총회를 고창고 흥학관과 성호관에서 연다. 고창은 물론 서울 등 전국 각지에서 2000여 동문들이 참석하는 이날 기념식에서는 상임이사회와 동창회 정기총회, 식후 행사로 선·후배 만남의 경기, 구기 종목 대결, 퓨전 국악 공연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이 이어진다. 조병채 회장은 "고창고는 혹독하고 모진 탄압 속에서도 항일 정신의 민족학교로 앞장서는 등 나라를 위한 '흥학보국'의 이념을 지킨 곳"이라며 "개교 90주년을 계기로 우리나라 뿐 아니라 세계로 뻗어나가는 고창중·고가 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