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집 「추억의 잎새를 태우며」를 출간한 뒤 눈을 감은 고 최선옥씨(68).
당뇨 투병 중 글쟁이의 꿈을 버리지 못해 2002년 전북대 평생교육원 수필창작반에 발을 디뎠다.
이듬해 신인상을 받으며 수필가로 등단, 아름다운 60대로 주목을 모았던 그가 세상을 떠난지 벌써 1년이 됐다.
남편 김순기씨(71)는 그간 공개되지 않았던 원고들을 모아 유고집 「하얀 축복」(신아출판사)을 출간했다. 김씨는 지난해부터 아내가 받았던 수업을 들으며, 유고집을 준비해왔다.
"집사람이 2집까지 출간하길 바랬는데, 이루지 못한 게 못내 아쉬웠습니다. 등단 이전에 썼던 글들도 많아 본인은 절대 출간하지 않았을 테지만, 추억이 담긴 것들이라 모두 넣었어요. 수필창작반 지인들도 아내를 추억하며 글들을 실어주셨습니다. 그저 감사합니다."
최씨는 딸 뻘 되는 수강생도 있는데, 패배한 모습을 보이기 싫어 스스로를 많이 다잡았다고 적었다.
'누가 뭐라 해도 뒷걸음치지 말자. 내 인생의 마지막 도전일지도 모르니까.'
죽음에 담담히 맞설 수 없어 불안해했던 심경, 바보가 되자는 스스로의 다짐까지 행복한 해피엔딩을 준비하기 위한 이야기가 담겼다.
많은 시가 읊어졌고, 많은 밤을 하얗게 지새웠던 젊은 날의 로맨스도 하얀 축복으로 남았다.
"혼자 밥 먹을 때 아내가 가장 생각납니다. 그래도 홀로서기 실습을 시키고 떠나 괜찮아요. 하늘에서도 여기서처럼 여장부 역할을 했으면 좋겠네요. 먼 곳에서 평안하게 잘 지내길 소망합니다."
아내를 추억하는 김씨의 마지막 말은 긴 여운이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