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새옹지마 돌고 도는 것 잘살고 못사는 건 마음먹기 달렸더라~ 구구팔팔 일이사 합시다~'
경쾌한 리듬에 시원한 목소리가 수화기를 타고 넘어왔다. 마음으로 세상을 보는 늦깎이 트로트 가수 김원경씨(60).
김씨는 84년 전국 장애인 체육대회에서 수영 평영 100m 부문에서 금메달을 획득, 장애인 일자리를 창출한 공으로 정부에서 수여하는 국민훈장 목련장, 신한국인상, 대한민국 국민상 등을 수상하는 등 다양한 이력을 가지고 있다. 현재 전라북도 점자도서관 관장이기도 한 그는 이미 3집 앨범을 낸 가수다.
"누구에게나 인생은 소설 같죠. 모든 일을 그대로 겪어내는 것, 그것이 삶 아닐까요?"
김씨는 13살때, 녹내장으로 두 눈을 잃었다. 전남 순천이 고향인 그는 점자를 배우기 위해 입학한 부산맹학교에서 우연히 밴드 활동을 시작했다. 서울중학교 브라스 밴드 장학생으로 입학, 졸업후 광주에서 침술, 안마 등을 했지만 5.18을 겪고 지인들의 권유로 전주에 왔다.
처지가 같은 장애인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하기 위해 시작한 생수공장이 IMF를 맞으면서 문을 닫는 아픔도 겪었다.
우여곡절이 많던 삶에 음악으로 위안을 받았기 때문일까? 김씨는 틈 날때마다 각종 장애인단체 초청 자선 음악회 및 위문공연에 출연하며 가수의 꿈을 키우다 지난 2005년 가수 배호 기념사업으로 열린'대한민국 트로트 가요제'에 입상하며 정식 가수가 됐다.
이후 동부방송 금요일 열린무대, 교통방송 등 각종 프로그램에 출연했다. 전주에서 열린 남진 콘서트에서도 초대가수로 초청받는 등 그의 활약은 종횡무진이다.
"눈이 안보이는 서러움이야 어떻게 말로 다 하겠어요. 힘들때면 음악으로 위로를 받았지요. 이제는 그 마음을 음악에 녹여 다른 사람에게 희망을 선물할 수 있어 행복합니다."
가수의 꿈을 이뤘지만 여전히 눈이 보이지 않는 것은 불편한 일이다.
마이크만 잡고 노래를 부르다 보니 동작이 뻣뻣하거나 가사를 볼 수 없어 갑자기 신청곡이 들어오면 당황할 때도 있다. 그래서 가사와 동작 미리 외우기를 수 백번 반복한다. 이런 김씨를 보며 '그 나이에 무슨 고생을 하냐'는 사람들도 있지만 그는 "도전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행복"이라며 "올해는 활동을 열심히 해서 팬클럽이 생겼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씨는"구구.팔팔.일이사는 99세까지 팔팔하게 살고, 하루이틀만 아프다가 땅으로 돌아가자 라는 뜻"이라며,"힘들때는 이 노래로 위안받고, 모두가 구구.팔팔.일이사 했으면 좋겠다"며 활짝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