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 이상조 열여섯번째 개인전 '산을 향하여'

30일까지 갤러리 공유

"쿵!쿵!쿵! 쉬 - 쉬 - "

 

그는 새벽녘 산에 누워 자고 있으면, 정상을 향하는 사람들의 발소리와 숨소리가 들린다고 했다.

 

어미의 품에서 살아뛰는 심장소리와 그 생명을 길러내는 양수의 파도소리다.

 

30일까지 갤러리 공유에서 열리고 있는 열여섯번째 개인전 '산을 향하여'엔 어머니 품속을 헤집고 들어간 진솔한 속내가 담겼다. 산을 그려서는 미술계 주류에 설 수 없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지만, 이상조 전북대 교수(57)는 고집했다. 자신이 아니면, 넓디넓은 오지랖을 지닌 어미는 아무도 볼 수 없다는 고백. 일종의 사명감이 배어있는 답이 되돌아왔다.

 

거친 표면과 텁텁한 색채. 그의 산이 그간 흑백사진과 같았다면, 이번엔 세밀한 톤을 넣어 조금 다른 느낌을 표현했다. 지난해 안식련 기간 작업했던 작품과 올해 작품까지 총 18점이 전시됐다.

 

500호가 훌쩍 넘는 장엄한 산. 고요와 침묵 속에 빠져 있지만, 분위기를 압도하는 작가의 상상력으로 빚어진 위용이다. 그는 "지난 2년간 매달린 덕분에 머리가 이렇게 하얗게 샜다"고 말했다.

 

수천년간 내리 쏟았을 어미 사랑을 찾아내고자 그는 산도 많이 탔다. 1997년 LSCK 트랑고 원정대를 이끌어 코리아 판타지라는 길을 냈다. 그때 인연을 맺었던 산 사나이 둘은 이듬해 목숨을 잃었다. 산을 그만두고도 싶었지만, 도망칠 수 없었다. 그로부터 5년 뒤, 그는 다시 어미의 품에 자신을 맡겼다. 한국 마운틴하드웨어 탈레이사가르 원정대를 이끌고 가슴에 묻었던 산 사나이들과 조우에 나선 것. 목표에 이르진 못했지만, 섬 같이 물러나 앉은 듯한 산과 다시 인연을 맺었다.

 

앞으로도 그는 계속 산을 그릴 것이다. 정상을 향해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가듯 마음에 들 때까지 칠하고 긁어내는 작업의 반복은 늘 현재진행형. 등반이 불확실한 도전인 것처럼 자신의 그림이 언제 완성될 지 그 역시 알지 못한다.

 

북한산성을 역사적으로 재평가하는 전시에 관한 바람도 덧붙였다. 대답마저도 산냄새가 물씬 풍기는 듯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