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을 폄하하고, 전라도를 저항지역으로 왜곡해서 보는 사람들이 많아 늘 불만이었습니다. 역사학자가 아니기 때문에 전면에 나서지 못했죠."
기축옥사((己丑獄事)가 일어난 지 420년이나 됐지만, 그날의 한(限)은 풀리지 않았다.
아웃사이더로 역사 바로보기를 고집해왔던 김재영 전북대 명예교수(75·정치외교학과)가 「호남의 한」(한국학술정보)을 펴냈다. 호남인의 한이 있다면 역사를 통해 감정도 합리적이고 순리에 따르는 정신의 바탕이 돼야 한다고 강조한 것.
서양정치사상사에서 한국정치사상사로, 더 깊게 한국정치사로, 더 자세하게 족보로 관심이 옮겨지면서, '호남의 슬픔'을 발견했다. 김 교수는 책을 통해'훈요십조''기축옥사'와 책 「택리지」 출간을 호남인 편견의 3대 사건으로 꼽았다.
"거짓말 좀 보태면 한국 역사의 1/4 이상이 추측성 입니다. 예를 들어보죠. 정여립이 큰 솥을 만들어서 반역군을 위해 밥을 해줬다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밥을 먹은 사람도 없고, 큰 솥도 남아있지 않은데, 여전히 회자되고 있습니다. 이상하지 않습니까."
이어 그는 '훈요십조'는 그 원본이 병선으로 타서 없어지고, 한 지역의 사람들이 보관하고 전달해 신빙성이 떨어지는 데다 차현 이남과 금강 밖의 땅은 호남 지역이 아니라고 말했다.
정여립의 역모에 대한 기존의 해석과 다른 점도 조목조목 적었다. 역모는 단지 혐오에 불과하고, 정여립의 자살에 관한 근거가 애매한 데다, 그가 군대를 가진 것이 아니라 남언경의 분군 요구에 응했을 뿐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그가 초당파적 진보적 태도를 가진 재야 지식인에 가깝고, 율곡 선생은 그의 스승이 아닌 존형이었다는 점을 서찰을 통해 설명했다.
"10년간 자료를 모으고, 정년퇴직 후 온전히 다 바쳤습니다. 정사(正史)인지, 야사(野史)인지 구별할 수가 없는 역사서적들이 많아서 제 책은 모두 각주를 달아 근거자료를 명시했어요. 말랑말랑한 역사 이야기에 길들여진 사람들은 반기지 않겠죠. 하지만 저 같은 사람도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책의 가치는 후대가 평가할 겁니다."
앞으로 그는 고향인 임실의 역사 들여다보기를 위한 「임실 인물사」(가제)과 「한국정치사상의 맥」(가제)를 출간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