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窓] 경제지표, 허상일까 실상일까 - 김경모

김경모(지방팀장)

요즘 경제 상황과 지표가 경제 주체들의 판단력을 극도로 혼란스럽게 만든다.

 

가장 먼저 느끼는 혼란 요인은 생활 물가이다. 먹을거리를 중심으로 치솟는 물가는 지금 우리가 불황의 터널 어디쯤에 도달했는지 아리송하다. 최근 자료에 따르면 배추는 지난해 이맘 때보다 124.5%, 양파는 48.8%, 닭값은 49.3%나 치솟았다. 과자 빵 등도 물가 인상 도미노에서 빠지지 않았다. 유명 제과업체 제품은 50%, 아이스크림은 20% 폭등했다.

 

공공요금도 예외는 아니다. 전주지역 택시 기본요금이 최근 2200원으로 오른데 이어 서울도 2400원으로 인상 대기 중이다. 한국전력도 지난해 보류된 전기요금 인상안에 다시 불을 지필 태세다.

 

주식시장과 부동산시장도 경제 참가자들의 판단력을 헷갈리게 만드는 큰 요인이다. 코스피지수가 단기간에 급등하고 있고, 서울 강남지역 재건축 아파트를 중심으로 집값이 오름세를 보이면서 시중에 돈이 너무 많이 풀린 것 아니냐는 분석이 등장한다.

 

코스피지수는 지난 3월 2일 1018.81에서 1300대 중반까지 오르다 숨을 고르고 있고, 서울 강남의 재건축 아파트 가격은 올들어 수억원이 상승하며 부동산 값이 정점을 치닫던 2006년의 90% 수준까지 치솟았다.

 

시중엔 돈이 넘실거린다. 한국은행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현재 떠도는 단기 부동자금은 800조원 정도로 추정된다. 2006년 600조원대였던 부동자금이 이렇게 폭증한 이유는 정부와 금융당국이 금융위기에 대한 처방으로 유동성 확대를 최우선 정책으로 삼은 데서 비롯되었다.

 

하지만 실물경제가 불황의 터널을 벗어나고 있다는 확실한 지표는 찾기 힘들다. 실물경제를 가늠할 수 있는 민간 소비는 최악 수준과 별반 다르지 않고, 고용은 오히려 더 깊은 수렁으로 빠져드는 것은 아닌가 하는 위기감을 던져준다.

 

정부도 유동성이 과잉이라는 메시지를 사실상 공개적으로 표명하고 있다. 경제정책을 총괄하는 윤증현 재정부 장관은 최근 국회 재정위원회에서 "단기 부동자금 800조원은 과잉"이라는 의견을 밝혔다. 또 김종창 금융감독원장도 "현 상황이 부메랑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과잉 유동성은 또 다른 그림자를 짙게 드리우고 있다. 경기 회복의 핵심 주체인 기업은 과잉 유동성 상황에서 자금을 구하지 못하는 극심한 '돈 가뭄'에 시달리고 있다.

 

돈에 목마른 기업들이 현금 확보를 위해 자사주 신탁계약을 해지하는 사례가 급증한다는 소식이다. 1월 이후 자사주 신탁계약 해지와 관련된 공시 건수는 120여건으로 지난해보다 4배 가량 늘었다. 현금 확보가 급한 기업들이 신탁으로 보유 중인 자사주를 매도하는 게 공시의 가장 큰 이유이다. 결국 경제 주체들은 유동성 부족과 과잉 사이에서 엇갈린 행보를 보이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네 경제의 실상은 어디 쯤에 서있는가.

 

봄과 함께 피어나는 주식시장의 화려한 움직임이 우리 경제의 실상이라고 믿기엔 의심 가는 지표와 징후가 아직 너무나 많다. 하지만 또 다른 마음 한켠에선 주식 호황, 경제성장률 회복이 아무런 의미 없는 허상은 아니길 바란다.

 

/김경모(지방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