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 점말동굴 재조사 과정에서 신라 화랑의 무리가 남긴 것으로 보이는 각자(刻字.돌에 새긴 글자)가 무더기로 확인돼 그 성과도 발표된다.
매장문화재 전문조사기관인 (재)충북문화재연구원(원장 장호수)은 1973-80년 총 7차례에 걸쳐 연세대박물관이 조사한 점말동굴을 재조사하는 과정에서 신라시대 각자를 암벽 곳곳에서 확인했다고 27일 말했다.
연구원은 이번 재조사와 이전 점말동굴 조사 성과를 재조명하는 학술대회를 28일 제천시 영상미디어센터에서 '화랑의 장(場) 점말동굴, 그 새로운 탄생'이라는 주제로 개최한다.
이 자리에서는 특히 1979-1980년 실시한 제7차 점말동굴 조사대상 지역 중 용굴 앞 광장 지역에서 수습한 탄생불상이 공개된다.
현재 연세대박물관이 소장한 이 탄생불을 검토한 충북대 고고미술사학과 김춘실 교수는 "재료가 금동이 아니라 돌이며, 하늘을 가리키는 손이 오른손이 아닌 왼손이고, 커다란 광배와 넓은 대좌를 갖췄다는 점에서 일반적인 탄생불과는 차이가 있다"고 말했다.
이 불상은 전체 높이 17.3cm, 하부 폭 9.4cm, 상 높이 11.2cm이며, 대좌의 앞뒤 폭은 6.8cm다.
발굴 당시에는 대좌 부분이 깨져 있었으나 현재는 접착 복원된 상태이며 재료는 사암(砂巖) 계통의 돌로서 표면은 푸른 색을 띠지만 깨진 곳을 보면 속은 붉은색이다.
다른 탄생불과 비교할 때 이 불상이 조성된 시기는 "통일신라 말기에서 고려 전기로 볼 수 있다"고 김 교수는 말했다.
김 교수는 나아가 이런 탄생불의 발견을 통해 점말동굴 유적은 "구석기시대뿐만 아니라 역사시대에 들어와서도 지속적으로 사람들이 왕래한 곳이며 통일신라 말기-고려 전기 무렵에는 절이 세워져 있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고 덧붙였다.
나아가 이번 학술대회에서는 점말동굴 내부 곳곳에서 확인한 신라시대 각자에 대한 조사 성과도 발표된다.
이 조사에 참여한 한국전통문화학교 이도학 교수는 이 각자들이 "신라 화랑(花郞)과 낭도(郞徒)들이 다녀간 흔적"이라는 견해를 발표할 예정이다.
조사 결과, 각자 중에는 신라시대 교육과 의례를 관장하던 관청인 '예부'(禮府)라는 문구가 보이며, 이 외에도 울주 천천리 서석(書石)에 보이는 화랑 이름인 '금랑'(金郞)이라는 글자도 발견됐다.
이 교수는 각자 자료를 필사본 화랑세기에 등장하는 화랑 혹은 낭도의 이름과 연관시키면서, 다녀갔음을 의미하는 '行'(행)이라는 글자가 자주 보이는 점을 들어 이를 '화랑각자'(花郞刻字)로 볼 수 있다는 견해를 밝힐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