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 '창비어린이' 아동문학 주인공 조명 세미나

어린이책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하며 출판시장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가운데 한국 아동문학 속 주인공을 다각도로 살피는 자리가 마련됐다.

 

아동문학지인 계간 '창비어린이'는 창간 6주년을 맞아 30일 오후 서울 서강대 동문회관에서 '아동문학의 새로운 주인공을 찾아서'를 주제로 세미나를 열었다.

 

아동문학평론가인 원종찬 씨는 방정환의 1927년작 '만년샤쓰'의 주인공 창남이와 권정생의 1983년작 '몽실언니' 속 몽실이의 모습을 분석하면서 20세기 한국 아동문학의 주인공들이 국민 대다수가 생존권 차원에 매달렸던 시대 어른의 짐을 나눠서 지고 어른을 대신한 '작은 어른'이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어린이에 대한 이런 시각은 1990년대에 들어서면서 바뀌기 시작했지만 고만고만한 생활이야기들이 반복되는 문제점을 안게 됐다"면서 "주인공의 활동 무대에서나 작가의 태도 면에서나 '교복을 입은 아동문학'이라고 함 직한 현상이 나타났다"고 비판했다.

 

그는 "권정생 이후의 주인공 대부분이 대부분 고된 '일'에서는 벗어났지만, 여전히 (기존 질서와 권위에 대한 거부와 극복이라는) 상징적 '아비 죽이기'에 실패하고 있으며 아울러 '교복'을 벗지 못한 상태임이 드러난다"면서 "현실은 위험한 곳이라면서 아이들을 품 안에 두고서야 안심하는 어른의 무의식이 '교복을 입은 아동문학'을 만든 것"이라고 지적했다.

 

동화작가 김지은 씨는 '디지털 세계와 동화의 주인공'을 통해 작품의 주요 사건을 주관하고 자율적으로 모험에 뛰어드는 독립적이고 적극적인 인물이었던 근대 어린이 문학의 주인공과는 달리 디지털 시대 동화의 주인공들은 독자의 경험을 대행하는 보조적이고 소극적인 인물들이 적지 않다고 분석했다.

 

그는 "'관찰자'라고 말하기에는 적극적이고 '주인공'이라고 말하기에는 소극적인 이러한 인물 유형은 스타와 대중이 자리바꿈을 하는 디지털 시대의 특성과 관련이 있다"면서 김려령의 '완득이'를 그 예로 들었다.

 

이날 세미나에서는 이 밖에도 아동문학평론가이자 동화작가인 김현숙 씨가 어린이 책에 등장하는 어른 캐릭터를 분석한 '어른 등장인물 어디까지 왔는가'를 발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