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전주국제영화제] 영화제 만드는 사람들-유운성·조지훈 프로그래머

"예측할 수 없는 실험적 영화 보여드리고 싶어"

왼쪽부터 조지훈 프로그래머, 유운성 프로그래머. (desk@jjan.kr)

작품 선정과 관련해 보는 영화만 해도 얼추 400편. 10편을 내리 보고서도 마음에 '썩' 드는 영화를 발견하지 못했다 하더라도 11번째 영화가 기가 막히게 좋다면 괜찮다.

 

"2년 전부터는 전주영화제 색깔이나 상영영화들에 대한 성격을 미리 알고 오히려 그런 쪽에 대한 기대로 전주를 찾는 이들이 늘었다"는 유운성(36) 조지훈 프로그래머(35). 이들은 올해 역시 프로그램으로는 절대 실망하지 않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올해는 프로그래머별로 섹션을 나눠서 준비하긴 했지만, 엄격하게 독립적으로 섹션을 운영하는 다른 영화제들과 달리 업무상 편의 개념으로 분리만 했어요. 하지만 경쟁부문인 '국제경쟁'과 '한국장편'만은 세 명의 프로그래머들이 전원 합의한 작품들로만 골랐습니다."

 

프로그래머들의 성향은 각기 달라도 영화를 가리는 기준은 놀라울 만큼 비슷했다.

 

"개인적으로는 다음이 예측이 안되는 영화가 좋은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전주영화제는 실험적이고 예술적이고 또 일부 상업적인 영화들도 있지만, 무엇보다 예상을 하지 못하게 만드는 영화를 보여드리고 싶습니다. 예상을 하지 못한다고 해서 재미가 없는 것도 아니고, 어려운 것도 아니거든요."

 

유프로그래머는 "전주영화제가 어렵다는 말에는 동의할 수 없다"며, "기대를 깨주려고 노력하는 영화제라고 소개하고 싶다"고 말했다.

 

"2007년 '디지털 삼인삼색'에 참여했던 나세르 케미르 감독이 지난해 다시 전주를 방문했을 때 한 여고생이 선물까지 준비해 케미르 감독을 맞았습니다. 감독도, 프로그래머도 모두 감동했지만 무엇보다 관객들이 성장하고 있다는 사실을 피부로 느낄 수 있어 좋았습니다."

 

조 프로그래머는 쉽지 않은 영화로 가득 찬 '영화보다 낯선' 섹션이 빨리 매진되는 걸 보면서 전주영화제에서 보낸 10년이 더욱 보람있게 느껴졌다고 말했다.

 

두 프로그래머 모두 전주 출신. 치밀하면서도 아름다운 글을 쓰는 영화평론가로도 유명한 유 프로그래머는 6회 때 전주영화제에 합류했다. 조 프로그래머는 1회 자원봉사자로 시작해 스탭으로 활동하다 2007년 프로그래머로 전격 발탁됐다. 자원봉사자로 활동할 때 홍상수 감독과 찍은 사진을 아직도 들고 다니는 그는 스스로 "운이 좋은 사람"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