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전주국제영화제] 스리랑카 영화 '늙은 군인'을 만나다

영화 불모지서 힘겹게 담은 전쟁·식민지의 아픔

전주시 중앙동 메가박스 5관에서 열린 '스리랑카 영화' 특별대담에서 <늙은 군인> 을 만든 달마세나 파티라자 감독과 아소카 한다가마, 비묵티 자야순다가, 프라사나 비타나게 감독 등 스리랑카 '새 세대'(New generation) 감독들이 스리랑카 영화에 대해 얘기하고 있다. (desk@jjan.kr)

'인도의 눈물', 스리랑카가 전주에 왔다.

 

우리나라에선 좀처럼 볼 수 없는 스리랑카 영화가 올해 전주국제영화제 '스리랑카 영화 특별전'을 통해 그 '속살'을 드러냈다. 지난 3일 오후 9시20분, 전주시 중앙동 메가박스 5관에서 열린 '스리랑카 영화' 특별대담. 이날 대담에는 앞서 오후 8시에 상영된 <늙은 군인> 을 만든 스리랑카 예술영화의 '거장' 달마세나 파티라자 감독을 비롯해 아소카 한다가마, 비묵티 자야순다라, 프라사나 비타나게 감독 등 스리랑카 '새 세대'(new generation) 감독들이 참석했다.

 

1시간 남짓 관객들과 주고받은 '거칠지만 옹근' 스리랑카 영화 이야기. 이날 대담 내용을 '날 것 그대로' 전한다.

 

◆ <늙은 군인> 은 어떻게 만들게 됐나? 영화 주제는?

 

△ 달마세나 파티라자 감독=스토리 아이디어는 유명작가의 단편에서 얻었다. 전쟁과 식민지 상황에 대해 얘기하고 싶었다. 캐릭터들이 대부분 아무것도 없이 길거리에서 생활하는 사람들이다. 스리랑카 독립기념일이 1948년 2월 4일인데, 사람들이 독립기념일에 무엇을 하고 민주화에 대해 어떻게 반응하는지를 담았다. 주제는 관객 개개인이 해석하기 나름이다. 촬영 기간은 30~40일 정도 걸렸다.

 

◆이 영화가 개봉 됐을 당시 사람들 반응은?

 

△ 파티라자 감독=스리랑카 관객들은 이 영화를 많이 못 봤다. 대중들은 정신 나간 군인 등 소외된 캐릭터가 나오는 영화에 공감을 못 했다. 결국 영화는 망했고, 돈을 대주겠다는 제작자가 없었다. 대중들은 예나 지금이나 인도 영화에 익숙하다. 여기 온 우리는 '볼리우드(Bollywood·인도영화)' 같은 상업영화를 만들 돈도 없고, 스리랑카 일반 관객들이 좋아하는 대중적인 감독들도 아니다.

 

◆전반적인 스리랑카 영화산업에 대해?

 

△ 파티라자 감독=10년 전만 해도 1년에 30편 정도 만들어졌는데, 지금은 20편 정도 만들어지는 것 같다. 사실 스리랑카 영화가 해외로 진출할 수 있는 기회는 별로 없다. 스리랑카에서는 볼리우드와 할리우드 영화만 상영된다. 그 외 해외 영화들은 일반 극장에 걸리지 않는다. 특별한 영화제가 있어야만 볼 수 있다. 스리랑카에는 전주영화제 같은 국제영화제가 없다.

 

◆필름 상태가 안 좋아 힘들게 봤다.

 

△ 파티라자 감독=굉장히 안타까운 일이다. 2001년 만든 <꿈 속의 미래> 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70년대 만들었다. 스리랑카에는 영화 보관소가 없기 때문에, 필름 보존 상태가 대부분 안 좋다.

 

◆스리랑카 일반 대중들은 인도나 할리우드 영화를 제외하고, 해외 영화들에 대해 거의 모른다고 했다. 감독들은 어떤 영화의 영향을 받고, 어떤 계기로 영화감독이 됐나?

 

△ 아소카 한다가마 감독=나 같은 경우 6편의 영화를 만들었음에도 여전히 스리랑카 중앙은행에서 일하고 있다. 감독은 여전히 '임시직(part-time job)'이다. 대학생 때 파티라자 감독의 작품을 보고 영감을 얻었다. 스리랑카 예술영화는 1956년 가 제1세대 감독 작품, 1974년 파티라자 감독의 <머나먼 하늘> 이 2세대 작품, 우리가 3세대 감독들이다. 이전에는 제약이 많았지만, 최근엔 인터넷을 통해 스리랑카 영화가 해외에 소개되고 있다.

 

나는 사회적으로 금기시하는 주제를 다루고 싶고, 그래서 정치적으로도 많이 부딪친다. 스리랑카 영화는 현재 위기다. 이것을 극복하면 살아남을 것이고, 그렇지 않으면 궤멸할 것이다. 우리 젊은 감독들이 미래 세대를 위해 이것을 극복할 의무가 있다.

 

△ 프라사나 비타나게 감독=스리랑카의 경우 문맹률이 매우 높고, 영화 학교도 없다. 어릴 때부터 영국문화원 등 여러 외국 문화원에서 존 포드 등 거장들의 작품을 보고 영향을 받았다. 5번 이상 방문한 부산국제영화제 등 영화제를 통해 해외 작품을 볼 수 있었다. 인터넷이나 해적판이긴 하지만 DVD로 임권택과 김기덕의 작품, 박찬욱의 <올드보이> 를 봤다. 스리랑카 영화산업이 취약하고, 주로 인도 영화의 영향을 받지만, 젊은 감독들이 다른 통로를 통해 이런 지리적 여건을 극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 비묵티 자야순다라 감독=지금까지 한 편의 장편을 만들었다. 나는 인도나 프랑스에서 유학한 새로운 세대 감독이다. 스리랑카는 나라가 작고, 영화 산업도 규모가 작아 우리 젊은 감독들은 해외로 진출해 투자를 받아올 각오가 돼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