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난 속 법률구조 신청 '봇물'

올 1105건 접수…석달만에 작년의 절반수준

마을 주민과 친인척들의 빚보증을 섰다가 이들의 채무를 떠안은 김모씨(53)는 5년간 꼬박꼬박 이자를 대신 갚다 한계에 도달하자 법률구조공단을 찾았다. 김제에서 남의 논을 빌려 농사를 짓고 있는 김씨는 "이자만이라도 탕감받았으면 좋겠다"는 절박한 심정을 호소했고, 법률구조공단은 법원으로 부터 파산신청을 이끌어내 김씨를 빚에서 해방시켜줬다.

 

경기 침체가 장기화되면서 김씨 처럼 무료 법률지원을 호소하며 법률구조공단 전주지부를 찾는 서민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4일 대한법률구조공단 전주지부에 따르면 지난 2007년 2만7970건 이었던 민사사건 법률상담 건수가 지난해 3만1270건으로 늘었다. 올해 들어서도 지난 3월까지 상담 건수가 9882건에 달해 지난해 1/3수준에 육박하고 있다.

 

상담에 이어 법률구조 접수가 이뤄진 건수도 2007년 2047건에서 지난해 2409건으로 늘었으며, 올해에는 벌써 1105건이 접수돼 3개월 만에 지난해의 절반 수준에 이르고 있다.

 

형사사건의 경우에도 2007년 476건 이던 것이 지난해 637건으로 급증했고, 올해 3월까지 198건이 접수됐다.

 

특히 급증세를 보이고 있는 민사사건 법률구조신청의 경우 체불임금과 대여금, 파산, 손해배상, 임대차 사건 등이 크게 늘어 어려워진 서민경제 여건을 반영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 한해 168건이었던 파산신청은 올해 3월까지 155건, 지난해 222건 이었던 대여금 사건은 올해 120건, 지난해 883건이었던 체불임금은 올해 418건 등으로 크게 늘었다.

 

법률구조공단 전주지부 송영곤 계장은 "경제위기로 고통받는 서민들의 발길이 줄을 잇는 등 법률구조 업무에도 서민경제의 어려움이 그대로 반영되고 있다"며 "사건 초기에 도움을 청하면 길을 찾기 쉬운 만큼 어려움에 처했을 때 빨리 공단을 찾아달라"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