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칸에서 <안나와의 나흘 밤> 이 상영되고 크레딧에 '예르지 스콜리모프스키'라는 이름이 흐르자 모두가 흥분했다. 17년 동안 영화를 만들지 않았던 폴란드의 거장 예르지 스콜리모프스키(71). 그가 다시 돌아왔기 때문이다. 안나와의>
'2009 전주국제영화제'는 그의 회고전을 마련하고, 그의 영화세계를 담은 책자를 발간했다. 그의 생일이었던 5일에는 생일파티 겸 '예르지 스콜리모프스키의 밤'이 열렸다. 늙은 거장은 "새로운 장소에서 새로운 작품들을 보여줌으로써 새로운 경험을 하는 것, 새로운 사람들에게 반응을 얻는 것은 굉장히 좋은 경험"이라며 즐거워 했다.
"17년 동안 나는 미술로서 나 자신을 재정립했습니다. 그림을 그리면서 박물관 전시도 하고 미술가로서도 성공한 삶을 살았습니다. 영화를 할 때에는 타협을 해야 하는 부분도 있고, 많은 사람들에게 의존할 수도 있지만, 그림은 캔버스와 마주한 형태로 창조활동에 긴장이 흐르죠. 결국 영화의 결과물은 모든 사람들과 공유하게 되지만, 미술은 나만의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는 "지난 17년 동안 젊은 아티스트로 태어난 느낌이었다"며 "아티스트로서의 삶이 다시 영화감독으로 전향하고픈 욕구를 끌어낸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그러나 17년 동안 그가 영화와의 관계를 아예 끊은 것은 아니었다. 초기부터 연기와 연출을 같이 해 온 그는 <비포 나잇 폴스> (2000)나 <이스턴 프라미스> (2007) 같은 영화들에 출연했었다. 이스턴> 비포>
"연기를 통해 연출의도를 더 잘 표현하는 것은 아닙니다. 연기하는 것은 나에게 굉장히 쉬운 일이죠. 그냥 나에게 연기할 수 있는 능력이 있을 뿐입니다."
그는 "연출을 하지 않는 동안 기술적으로 좋아지긴 했지만, 적응해야 할 정도로 영화 환경이 변한 것 같지는 않다"고 했다.
8일까지 회고전에서 상영되는 10편의 영화 중 가장 최근작으로 '2008 동경영화제 심사위원특별상'을 받은 <안나와의 나흘 밤> 은 현대사회의 비정함과 고립된 인간관계를 돌아보게 만드는 작품. 스콜리모프스키 감독은 "'굉장히 부끄러움을 많이 타는 소극적인 남자가 여자가 너무 좋아서 창문을 올라타고 그 여자를 지켜봤다'는 굉장히 짧은 신문 문장에서 시작된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안나와의>
그는 " <페르디 두르케> 를 빼고는 회고전에 모아놓은 9편의 작품이 모두 마음에 든다"고 덧붙였다. <페르디 두르케> 는 폴란드의 유명 소설가 비톨트 곰브로비치의 소설을 기반으로 한 것. 그는 영화로 각색하는 것 자체가 잘못된 판단이었다며 문학을 영화로 옮기는 일은 항상 만족하기 힘들다고 했다. 페르디> 페르디>
"디지털은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생각한대로 언제든지 빠르게 영화를 찍을 수 있는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빛도 많이 필요하지 않죠. 조만간 모든 사람들이 디지털로 작업하게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는 생존을 위해 살인을 하는 심리 드라마 <에센셜 킬링> 을 만들고 있다며, 다수의 권력에 의해 쫓기는 한 개인이 살아남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과정을 통해 도덕적으로 딜레마를 일으킬 수 있는 주제라고 소개했다. 에센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