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향에서] 대학이 변해야 국가의 미래가 있다 - 박삼옥

박삼옥(서울대학교 평의원회 의장: 지리학과 교수)

대학은 미래발전의 온상이다. 역사적으로 국가의 발전은 대학의 발전과 더불어 이루어졌다. 흔히 대학은 학생을 교육하는 기관으로만 인식한다. 그러나 대학은 교육과 더불어 연구와 지역사회발전의 세 가지 기능을 하고 있다. 이 세 가지 기능 중 어떤 것을 우선으로 해야 하는가는 시대에 따라 지역에 따라 다를 수 있다.

 

1970년대 이전에 대학은 학생들에게 지식을 전달하는 교육을 중시하였다. 소위 주입식교육만으로도 산업발전에 필요한 인재를 양성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때 대학은 상아탑의 사고 속에서 지역사회발전에 대한 관심은 별로 없었다.

 

그러나 20세기 말부터 상황은 달라졌다. 정보통신기술의 발달과 더불어 새로운 기술과 산업이 쉴 새 없이 개발되고 정보가 빠르게 확산되었다. 제품의 수명이 매우 짧아졌다. 이에 따라 대학에서는 교육뿐만 아니라 연구도 중요해졌다. 21세기에 접어들어서 우리가 BK사업, 누리사업 등 연구와 대학원생의 교육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한 것도 이러한 연유에서이다. 최근에 대학의 연구기능을 강화한 결과 연구들이 국제학술지에 출판되어서 한국대학의 위상이 높아진 것은 사실이다.

 

그런데 이러한 단기적인 연구활동의 강화과정에서 학부의 창의적 교육이 소홀히 되고 있다는 우려가 높다. 연구비의 혜택으로 연구성과가 나오고 대학원생들의 연구활동이 활성화 되고 있음은 사실이다. 그러나 교수들이 연구비 때문에 논문편수를 늘리는 수적인 연구 성과만 집념하다보니 정작 학부의 창의적 교육이 소홀히 되고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지식정보사회에서는 교육이나 연구 중 어느 하나만 중요한 것이 아니라 교육과 연구 및 지역사회발전의 세 기능이 상호 연계되어 상승효과를 내야 한다. 이제 교육은 지식의 전달만이 아니라 새로운 지식을 창출할 수 있는 인재의 육성에 중점을 두어야 한다. 창의적인 인재의 양성을 위해서는 창의적인 교육이 필요하고, 창의적인 교육은 창의적인 연구와 동행하여야 한다. 또한 창의적인 연구결과는 사회에 필요한 신산업을 발전시키는데 활용되어야 한다. 신산업의 발전은 다시금 창의적인 연구와 교육을 활성화하는 동력이 되어 교육, 연구, 지역발전의 세 기능이 상호 유기적으로 상승작용하게 된다.

 

이제 대학연구에서 논문편수에만 집착할 것이 아니라 수준 높은 연구를 통하여 창의적인 교육을 활성화하도록 변해야 한다. 또한 대학은 상아탑의 안일한 사고에서 벗어나 다양한 프로그램을 개발하여 지역사회를 창의적인 시민사회로 변화시키는 중심이 되도록 지역사회와 호흡을 함께해야 한다. 이는 단순히 최고 경영자과정, 최고기술과정 등 재정확보를 위한 교육만이 아니라 일반 시민의 질적 수준을 높일 수 있는 교육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신기술의 확산과 산업화에 공헌해야 한다는 것이다.

 

대학이 세 기능을 조화롭게 수행하기 위해서는 대학의 자율성과 다양성 및 창의성이 보장되어야 한다. 모든 대학이 똑같은 학과를 설치하고 일률적인 교육을 한다면 앞으로 경쟁력을 가질 대학은 몇 개 되지 않을 것이다. 이제 대학은 지역의 특성에 맞게 학과도 특화해야 하고 교육방법과 연구분야도 차별화해야 한다. 대학이 위치한 지방의 특성을 살려서 특정분야를 세계적인 수준에 이르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 소프트웨어분야의 산업과 대학으로 특화한 인도의 방갈로는 좋은 예가 된다.

 

대학이 변하기 위해서는 대학의 노력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정부가 변해야 한다. 정부가 대학에 대한 투자를 중시하지 않고 자율성을 인정하지 않는다면 대학의 창의성과 다양성은 죽어간다. 정부는 권위주의에서 벗어나 대학이 연구와 교육에서 창의성을 발휘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서비스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 대학 내에서도 대학 집행부는 교수들이 창의적인 교육과 연구를 할 수 있는 여건과 환경을 조성하는데 서비스하는 것이 중요하다. 앞으로 대학이 변하여 자율과 창의적으로 세 가지 기능을 조화롭게 수행할 수 있을 때 지역과 국가의 미래가 밝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