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아졌다. 장편소설만 거듭 써오던 그가 칼처럼 날카로운 문장으로 다듬은 단편소설들을 쏟아냈다.
소설 쓰는 안과의사 이선구씨(53·군산안과 원장)의 단편소설 모음집 「유리병 속의 코끼리」(도서출판 계간문예)는 또다른 실험적인 시도다.
"단편소설과 장편소설은 분명 다릅니다. 이전 작품인 「시의 갈레누스」(2006)가 국외를 무대로 고대 서양의학사를, 「왕롱의 잔」(2008)이 100년 후 중국에 그리스도가 재림한 상황 등을 상상해 썼다면, 이번 작품은 한국의 현실을 피부에 와닿게 풀었어요. 장편보다 더 녹록치 않단 생각이 듭니다.”
농촌에 서양남성과 동거하는 박세레나를 등장시킨'라쿰파르시타'는 농촌 소재 연작소설의 틀을 깬 신선한 시도. '그 여름의 랩소디 하나'는 고교생인 철민과 영미의 성적 탈선을 소재로 쇼킹한 이야기가 긴장감있게 이어진다. '마몰클럽'은 얼떨결에 로또복권이 당첨된 주인공이 아내 모르게 돈을 '꽁'치려다 덜미가 잡힌 코믹한 설정. 곰살가운 20대, 으르렁거리는 30대, 한 번씩 앙앙거린다는 40대까지 서슬 퍼런 아내의 진화사가 잘 묘사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여자 심리는 영원히 해결되지 않는 숙제처럼 그려내기가 어려웠다고 했다.
"끈덕진 고독. 그것이 제가 글쓰기를 하는 결핍의 욕구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유리병 속의 코끼리'엔 제가 많이 투영돼 있어요. 질주한 세월동안 잊어버린 것이 많다는 걸 깨달으면서 돈을 벌기 위해 버렸던 가치나 사랑했던 친구들의 이름까지 기억하는 주인공 방공호가 저와 많이 닮았습니다. 그래서 애착이 더 가요.”
'모든 것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되어가는 존재로서 생명이며 활동이며 자유'라는 베르그송의 말은 그의 글쓰기의 이유다. 또다른 장편소설인 이준 열사를 소재로 한 작품은 이미 글쓰기를 마친 상태. 열망하기에 절망하는 욕망의 실태래를 소재로 한 중·장편소설을 준비중에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