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과 건강] 병리과 의사

질병의 본질 규명하는 암 진단의 첨병

병원에서 진료를 받더라도 만나지 못하는 의사가 있다. 병리과 의사가 그렇다. 병리과 의사는 "환자로부터 채취한 검사물을 형태학적 지식을 바탕으로 검사 또는 진단함으로써 질병으로 고통받는 환자의 치료를 돕는다는 개념"의 병원병리학 분야의 전문가이다. 병원 내에서 병리과 의사는 환자 치료를 위해 질환의 진단을 하며 환자를 진료한 의사와 교류한다. 병리학이란 말은 원래 희랍어의 pathos(질병)와 logos(학문)를 합한 라틴어 pathologia의 한자권 용어이고, 영어에서는 pathology라 한다. 병리학은 지금으로부터 248년 전인 1761년 이태리의 모르가니 이후 임상의학에서 파생한 학문으로 질병의 원인, 발병기전, 경과 등을 자연과학적으로 연구한다. 병리학은 근대 병리학의 초석이 된 세포병리학을 주장한 비르효 이후 "질병은 신체를 구성하는 분자수준에서 일어난다"는 분자병리학으로 발전하며 미국을 중심으로 한 병원병리학(hospital pathology) 혹은 외과병리학(surgical pathology)의 토대를 구축하게 된다.

 

종양의 진단은 병원병리학에서 가장 핵심적인 영역이다. 종양은 비정상적인 세포가 생체 내 조절기능의 지배를 받지 않고 과잉으로 증식되어 종괴를 형성하는 상태로 진단의 최종 판단은 병리과 의사의 몫이다. 특히 암에 대한 진단이 중요한데, 암은 주변으로 파고들어가는 침습성을 가지고 혈관과 림프관을 통해 전신으로 파급될 수 있는 악성 종양을 일컫는 말이다. 암은 우리나라 보건정책 중에서도 수위에 올라있는 질병의 영역으로 우리나라에서 사망원인 1위를 차지하고 있으며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1983년에는 연간 사망인구의 12.3%를 차지하였던 암에 의한 사망이 2006년에는 27.0%로 상승하였다. 또한 한국인이 평생 인생을 살면서 암을 경험할 확률은 25%로 알려져 있는데 이는 4인 가족을 기준으로 하였을 때 가족 중 누군가 한 명은 암에 걸리는 확률이다.

 

종양 특히 악성종양인 암이 의심되는 경우 확진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방법이 생검이다. 생검은 종양의 일부 또는 전체를 절제하여 얻는 것으로 육안적, 현미경적 및 분자생물학적 병리 기법을 동원하여 병리과 의사가 진단하게 된다. 병리과 의사는 종양의 악성 여부와 악성도 및 진행정도를 평가할 수 있으며 그 결과에 따라 치료방법이 결정되고 향후 치료결과에 대한 반응을 예측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다. 병리과 의사의 진단은 대부분의 경우 시간을 두고 자세하게 이루어지지만, 오래 전에 방영한 '하얀거탑'이라는 드라마의 한 장면에서 주인공의 담관암을 수술 중 보낸 조직검사로 확인하는 것처럼 수술중인 환자의 생검조직을 짧은 시간에 진단하여야 하는 경우도 있다. 이러한 동결절편 조직검사법은 수술 중 수술 범위를 결정하기 위해 암을 진단하거나 암의 확산정도를 확인하기 위해 시행하는 것으로 환자의 치료 과정에서 매우 유용한 조직검사법이다.

 

 

현대 의학의 축적된 결과들에 의하면 암은 여러 유전자들의 변이가 축적되어 생기는 일종의 유전질환으로 개개인이 처해있는 유전적 및 환경적 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개인에게 발생하는 암은 모두가 다르고 암치료의 방향도 개인별 맞춤식 치료가 도래하는 시대를 예비하고 있다. 이때 개개인 암의 특징을 파악하는 과정은 생검된 암조직의 유전적 특징을 병리과 의사가 확인하는 것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인간 게놈 프로젝트가 완성되고, 새로운 세기가 시작된 지 10년째인 지금 병리학은 이미 많은 질병의 본질을 규명했고, 그 결과는 임상진료는 말할 것도 없거니와 질병의 예방에 있어서도 일대 서광을 가져오게 했다. 병리학은 질병의 본질을 과학적으로 해명하고 개개인의 질환을 진단함으로써 질병과 투쟁하고 있는 임상의학에 결정적인 무기를 제공하고 있는 것이니, 비록 병리의사가 병원에서 보이지 않는 의사더라도 질병 진단의 첨병, 혹은 수호천사쯤 되는 것으로 생각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장규윤 교수(전북대병원 병리과)

 

▲장규윤 교수는

 

전북대 의과대학 의학과 졸업, 의학박사(병리학 전공)

 

해부병리 전문의

 

대한병리학회 및 대한 세포병리학회 정회원

 

전북대 의학전문대학원 병리학교실 조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