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칼럼] 바로 '그 때' 위해 꾸준히 연구한다 - 김원호

김원호(정읍 방사선과학연구소장)

지난 해 미국 내 거대 금융기관과 글로벌 대기업의 부실로 세계 경제대국으로 그 위세를 뽐내던 미국 경제가 심각하게 흔들리게 되었다. 거미줄보다 복잡하게 얽힌 세계 경제의 중심인 미국의 경제 위기는 유럽과 일본은 물론 우리 경제에도 엄청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언제쯤 우리 경제가 다시 회복될 것인지 누구도 자신 있게 답하기 어려운 상황이지만, 경제가 좋을 때나 나쁠 때나 상관없이 대한민국 부모들의 자녀교육은 그 누구도 말릴 수 없는 가장 중요한 가정사(家政事)이다. 한 가정이 지출하는 소비항목 중 사교육비 지출이 1, 2위를 차지할 정도로 우리의 부모들은 유치원부터 대학에 이르기까지 자녀교육에 많은 투자와 자기희생을 아끼지 않고 있다. 시험으로 경쟁하고 학력이 곧 능력이라고 평가받는 우리 사회이기에 당연한 일이라 생각된다. 이런 와중에서도 자녀들은 부모로 부터 자주 듣는 말이 있다. 공부를 하는데도 "때"가 있으니 지금 열심히 하라는 말이다. 이것저것 관심이 많았던 젊은 시절에는 나중에 나이가 들어서도 할 수 있다고 생각했지만, 나이가 들어 지금에 와서 돌이켜 보면 그 당시 어머니가 말씀하시던 그 말이 가슴에 와 닿는다.

 

월드 베이스볼 클래식(WBC) 대회에서 대한민국 야구대표팀과 일본대표팀의 결승전 장면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 스코어 3대2로 우리 대표 팀이 한 점을 뒤지고 있던 9회 말 투아웃에서 터진 이범호 선수의 적시타(適時打)에 온 국민이 환호하던 그 순간을 잊을 수 없다. 야구 경기에서 1루타이던 홈런 한 방이던 점수로 이어지는 안타를 적시타라 한다. 끝나가던 승부를 한 순간에 돌려놓은 이범호 선수의 좌중간 안타는 정말 중요한 "때"에 터진 적시타인 것이다. 운동경기뿐만 아니라 사업에서도 "때"가 중요하다. 90년 대 중반 체인점 영업권(프랜차이즈, franchise)을 국내에 처음으로 도입한 사업가는 성공하지 못했지만, 그 이후에 햄버거판매점, 치킨판매점, 커피전문점 등 다양한 체인점으로 재미를 본 사업가들은 따로 있었다. 전자(前者)의 사업가는 체인점을 우리 사회에 홍보한 꼴이 되었고, 후자(後者)의 사업가는 사회에서 체인점을 필요로 하는 바로 그 "때"를 만난 것이다. 언제부터인가 대학에서 수학을 전공하고 졸업하면 취업을 할 수 없다고 하여 점점 신입생이 줄어들었고, 대학에서는 수학과를 폐지하거나, 다른 전공학과에 편입하였다. 그러나 지금은 인터넷 보안의 중요성이 인지되면서 수학 전공자들을 필요로 하게 되었다. 그렇다면, 언제가 바로 그"때"일까? 과연 그"때" 우리가 원하는 바대로 적시타가 터져줄까? 정확하게 그"때"를 알 수는 없지만, 다가오는 그"때"를 위하여 꾸준히 준비하는 것이다. 충분한 능력을 가진 자와 준비된 자는 바로 그"때"적시타를 쳐 내어 슈퍼스타가 되는 것이다.

 

정부출연연구소인 우리 연구소는 방사선과 방사성동위원소 이용 분야의 전문능력을 배양하고, 국내 방사선 산업진흥에 필요한 기반기술을 구축하고 있다. '연구'란 무언가를 깊이 있게 조사하고 생각하여 진리를 따져 보는 일이라고 우리말 사전에서 풀이하고 있다. 연구자는 지나 온 경험을 바탕으로 앞일을 예측하여 다가 올 미래의 바로 그"때"에 적시타를 터뜨리기 위하여 꾸준히 사물의 이치를 따져 보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과정에서 부수적으로 단기적인 성과도 얻는다면 그야말로 '꿩 먹고 알 먹는'즐거운 일이다. 연구원들은 적어도 자기 전공분야의 전문가들이다. 그들이 설사 매년 눈에 보이는 성과를 창출하지 못 하더라도, 국가가 전문가 집단을 보유하고 그들의 능력을 배양하고 있다는 사실은 그 자체만으로도 훌륭한 자산이고 자랑거리인 것이다.

 

/김원호(정읍 방사선과학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