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틈새시장을 노린 동네밀착형 전략으로 자기 영역을 꿋꿋하게 지켜가는 슈퍼들도 없지 않다.
주말인 8일 아파트와 단독주택이 밀집한 금암동의 한 슈퍼마켓 풍경을 엿봤다.
"아들한테 밭일 좀 거들라고 하니까 전날에는 '예'하더니 늦잠잤다네. 학비대느라고 6시부터 일하는데 가르쳐 봤자 헛것이여"
"우리 아들도 피아노 가르치고 대학까지 공부시켜 놓으니까 자기는 배운 게 없데. 폭폭하지"
동네슈퍼 한켠에서 오고가는 정겨운 대화. 물건을 파는 사람과 사는 사람 사이에 기계적 친철의 대명사인 '고객님'은 없다. 정겨운 이웃이 있을 뿐이다.
전주시 금암동에서 5년째 H슈퍼를 운영하고 있는 김혜숙씨(가명·49). 담배·과자·콩나물·수박 등 방 한칸 크기의 슈퍼 안에는 2000여개의 상품이 빼곡하게 진열돼 있다. 김씨가 슈퍼를 시작할 때쯤 길건너에 동네마트가 생겨 처음 3년 동안은 고전했다. 하지만 외상·소량판매·택배 받아주기 등 '동네 밀착형'마케팅으로 동네 사랑방이 됐다.
그는 "쌀·라면 등의 식품류에 한해 외상을 주고 야채·과일 등은 상급으로 구매한 뒤 소량씩 판매해 회전율을 높인다"면서 "차비를 빌려가는 사람도 있지만 외상의 절반은 기부라고 여겨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도매상과 거래할 때 반품률을 낮춰 소비자에게 표시가격에서 10% 가량 싸게 판매한다"면서 "대기업이 아닌 개인이 운영하는 점포 사이에서는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덧붙였다.
전북도내에는 편의점을 포함한 소규모 소매점이 약 3000개로 추정되고 있다. 전주슈퍼마켓협동조합 관계자는 "대형마트와 떨어져 있으면서 깨끗한 쇼핑공간을 갖추고 소비자가 원하는 상품군을 마련한 슈퍼는 '동네밀착형'으로 살아남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