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덕궁 문정전 앞에서 왕과 문무백관, 왕비와 세자빈 이하 내명부들이 모두 모여 정과 뜻을 나누는, 오늘날로 치면 시무식에 해당하는 회례연(會禮宴)이 처음 열렸다.
이날 회례연은 500여명의 악사와 무용수가 출연한 가운데 음악, 노래, 춤, 왕과 신하 간의 경연(經筵)이 어우러져 화려하게 펼쳐졌다.
이 행사는 그 규모와 화려함도 전례가 없지만 음악사적으로도 우리 고유의 음악인 향악이 세상에 첫선을 보인 자리라는 중요한 의미가 있다.
예악(禮樂)을 통해 나라를 다스리고자 했던 세종은 재위 초반인 1424년 박연을 악학별좌에 임명해 우리 음악에 대한 연구와 재정비의 임무를 맡겼고, 9년 여에 걸친 음악적 연구 성과를 발표하는 자리가 바로 이 회례연이었다.
세종 15년의 회례연이 576년의 시간을 훌쩍 뛰어넘어 재현된다. 국립국악원(원장 박일훈)은 21-24일 국립국악원 예악당에서 세종 15년 회례연을 고증한 '세종, 하늘의 소리를 듣다'를 무대에 올린다.
작년 12월 시범 공연된 작품을 보완한 국립국악원의 대표 브랜드 공연으로 국립국악원 정악단, 무용단 등 150여명이 출연해 화려한 복식과 악기, 격조 높은 무용과 장엄한 음악으로 당시 현장을 생생하게 재현해낸다.
공연은 본격적인 의례에 앞서 새로 만들어진 복식과 의물, 악기, 악곡을 점검하는 '차비', 왕이 입장하는 '취위', 박연을 악학별좌에 임명한 이후부터 회례연에 이르기까지 아악 정비에 대한 경과보고를 받는 '차대상주'를 거쳐 신하들이 왕에게 술을 바치며 예를 표하는 의식인 작(爵)으로 이어진다.
총 5작까지 끝나면 배우 강신일이 역할을 맡는 세종과 박연, 맹사성 등 신하들이 음악에 대해 논쟁을 벌이는 '후문'이 이어지고, 의식을 마치는 절차 '예필'로 공연이 마무리된다.
공연은 조선 초기 다양한 궁중복식을 복원하고, 기존에 사용하지 않았던 무무(武舞)의 악기의물 8종을 복원하는 등 당대 회례연과 최대한 가깝게 만들려고 했지만 현대적 요소도 보태진다.
장면과 장면을 한글 창사(조선시대 궁중정재 때 춤에 따라 부르던 노래)로 연결해 세종의 이상과 꿈을 노래하고, 세종의 자리를 객석 안쪽으로 배치해 관객 모두가 왕이 된 듯한 느낌이 들도록 한다.
또한 세종과 신하들간 음악적 논의를 대사로 추가하는 등 연극적 요소도 집어넣는 한편 세종의 꿈과 이상을 시각화하기 위해 영상도 동원한다.
총연출을 맡은 김석만 서울시립극단장은 "세종 15년 회례연은 아악과 당악, 향악 등 당대 존재하던 모든 음악과 궁중에서 추던 모든 춤이 선보여진 당대 문화의 총체"라면서 "'악학궤범'과 '세종실록'을 바탕으로 세종 당대의 잔치를 고증하되, 현대적 해석과 상상력을 보탰다"고 설명했다.
그는 "문화적 자주를 이루고자했던 세종의 성취는 현재 우리의 정체성과도 연결된다"면서 "세종 15년 회례연에 참가한 사람들이 느꼈을 자부심과 환희를 함께 느끼는 공연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1만-2만원. ☎02-580-339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