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랑 끝에 선 한국 농업, 희망은 있는가?
40년 전만해도 우리나라는 농업 국가였다. 40년이 지난 2009년 현재 우리 농업의 근간이 흔들릴 정도로 위기에 봉착했다는 사실은 누구도 부인하지 못한다. 현재의 여건은 농업에 대한 비전을 제시하는 일이 결코 쉽지 않은 상황이다.
우리 농촌의 현실을 집약하면 농어촌 인구는 계속 줄고 있으며, 너무도 빠른 속도로 고령화되고 있다. 중규모 농가가 줄어들고 소농과 중대농이 늘고 있다. 농가당 평균 경지 면적은 1.45ha(07년)로 여전히 영세, 소농구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농촌사회의 양극화가 진행되고 있으며, 또한 특이점은 축산농가의 전업화가 빠르게 진전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한 정부의 정책은 시장경제로의 강화 이외에는 특별한 대책이 없어 보인다. 정부의 정책은 어떻게든 농업농촌 인구를 경감시켜 소수에 의해 운영되는 산업화에만 몰두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걱정스러울 뿐이다. 1차 산지의 내부 경쟁력 강화 방안도 보이지 않고, 국내 농업 보호를 위한 대책이나, 자생능력 향상을 위한 방안도, 점차 줄어만 가고 있는 중농 규모의 농가대책도 보이지 않는다. 농업에 대한 정책은 있어도 농민을 위한 정책은 없다. 정부가 주장하는 농업정책의 주체에 자꾸 다국적 기업이 떠오르는 것은 지나친 기우일까?
필자가 소비자의 한 사람으로서 농업문제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는 안전한 식품에 대한 요구 때문이었다. 마트나 수퍼에 가면 넘쳐나는 글로벌 먹거리들이 우리 식탁의 안전을 위협하고 우리 가족의 건강을 망친다는 자각이 국산 친환경 농산물을 선택하게 하였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우리 농업이 보호, 유지되어야만 안전한 식탁도 가능하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농업이 비단 농민만의 문제가 아니라 소비자의 문제임을 인식하게 되었던 것이다.
농산물 시장에서 생산자의 이익과 소비자의 이익은 언뜻 보면 서로 상충하는 듯 보인다. 그러나 농업의 지속과 안전한 먹을거리와 관련하여 생산자와 소비자는 공동의 이해관계를 가지고 있다. 작년 최대 사회적 이슈였던 촛불 정국은 광우병 위험 미국산 쇠고기 수입이 발단이 되었다. 미국산 소고기가 수입되면 피해가 가장 큰 곳은 한우, 양돈농가지만 반대투쟁은 여성이 중심이 된 소비자들이 주도하였다.
지금까지 농업은 농민을 위한 것처럼 비추어졌고 농업정책 또한 그에 맞추어져 왔다. 하지만 농업은 국민을 위해 존재해야 하며 국민들이 원하는 농업을 만들어 내야만 농업회생의 마지막 기회를 잡을 수 있을 것이다. 자본시장의 논리와 생산자가 원해서 하는 농업이 아닌, 소비자가 희망하는 농업으로 전환해야 한다. 2004년 하반기 이후로 친환경농산물이 넘쳐나면서 친환경농업의 미래는 생산보다는 소비의 문제로 대두되었다. 소비가 확대되어야 농업 생산기반의 안정성이 담보될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확인된 바, 소위 한국 농업이 국제적인 경쟁력을 갖추는 일은 매우 일부분이며 그나마도 미래를 보장하기 힘든 상태이다. 한국농업 보호의 핵심은 농업을 산업으로 유지시키는 것이 아니라 많은 농민들이 농업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한국 농업을 살리는 길의 핵심은 소비를 늘리는 것에서 찾아야 한다. 값싼 글로벌 푸드의 유혹을 뿌리치고, 생산자와 소비자를 살리는 상생의 로컬 푸드를 소비하는 의식화 되고 조직화된 소비자를 얼만큼 만들어내느냐가 미래 우리 농업의 지속가능성을 가늠하는 지표가 될 것이다.
/김신재(icoop전주소비자생협조합이사장)